영어 단어 '찬스(Chance)'와 '오퍼튜니티(Opportunity)'는 둘 다 '기회'라는 한국말로 해석된다. 하지만 두 단어가 쓰이는 상황은 다르다. chance는 계획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연히 발생하는 기회를 의미하는 반면 opportunity는 정해진 계획하에 만들어진 기회를 뜻할 때 사용된다. opportunity라는 단어에 본인 의지와 적극성이 반영된 셈이다.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의 중소형주 펀드인 오퍼튜니티 역시 꾸준한 종목 리서치와 장기간의 탐색(보유)으로 지난해 개별 종목 장세를 기회로 만든 대표적 펀드다.
17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0월 설정된 오퍼튜니티펀드의 15일 기준 설정 후 수익률은 57.92%다. 지난해 중소형주 중심의 개별종목 장이 이어지면서 최근 1년 수익률도 12.44%로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펀드(6.16%) 평균 성적을 크게 웃돌았다. 시류에 편승해 지난해 반짝 성과를 낸 일부 펀드들도 많지만 이 펀드는 2년(11.19%), 3년(26.80%)의 장기 성적도 우수하다.
펀드 규모는 아직은 작다. '차ㆍ화ㆍ정' '자문사 7공주'등 소수 대형주 압축투자 붐이 불었던 시기에 설정된 탓에 이 펀드는 초기 자금모집에 제약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후 국내주식형펀드 침체기라는 악재도 만난 터라 현재 운용 순자산은 100억원이 채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펀드는 저평가 중소형주를 늘 90% 이상 가져가며 시장을 웃도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성과의 비결은 명확한 투자기준에 있다. 이 펀드는 '5년 뒤 매출이나 이익 규모가 2배 이상으로 성장할 기업인가'를 기본 전제로 한다. 이런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연 평균 15~20% 내외의 자기자본이익률(ROE) 성장을 보인다. 하지만 안정적인 성장기업이 경기상황에 따라 일시적인 저평가로 주가가 싸졌을 때 매수에 들어간다.
코스맥스ㆍ한국콜마 같은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회사를 편입한 것도 이런 기준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이 펀드 내 종목 편입비중을 보면 한세실업(4.54%)ㆍ롯데삼강(4.28%)ㆍ코스맥스(4.15%)ㆍ빙그레(4.13%)ㆍ영원무역(3.89%)ㆍ한국콜마(3.56%)ㆍ휴비츠(3.31%) 등의 순이다.
오퍼튜니티펀드를 운용하는 오호준 주식운용팀 부장은 "주요 화장품 OEM회사들은 과거 10년 동안 연평균 15%의 성장을 일궈오며 뛰어난 성과를 이어왔다"며 "특히 지난해에는 생산능력 확장과 글로벌 브랜드와의 계약, 일본 지진에 따른 반사이익 등 모멘텀이 강조되며 큰 폭의 이익ㆍ주가 상승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2~3년 전 코스맥스와 한국콜마에 투자해온 오 부장은 그러나 최근 이들 종목의 비중을 줄였다. 지난해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지나치게 고평가됐기 때문이다. 이 밖에 한세실업ㆍ영원무역 같은 의류회사 역시 꾸준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2011년 면화가격 상승으로 주가가 떨어졌을 때를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아 투자했다. 그 결과 지난해 면화 마진이 회복되면서 수익률에도 상당한 기여했다. 이 밖에도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인 경기민감주 중 재무적 안정성을 가진 종목도 업황이 바닥인 '바겐세일'기간에 싸게 사 장기 투자하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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