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DB대우증권은 지난달 IB 조직을 크게 개편하며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KDB대우증권은 기업금융본부를 기존 4개에서 2개로 줄이고 기업여신 태스크포스(TF)를 새로 꾸렸다.
대우증권은 한때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IB를 꿈꿨다. 하지만 요즘은 국내에서조차 명성이 크게 추락했다. 실제로 KDB대우증권이 주관을 맡았던 중국고섬은 지난 2011년 1월 상장된 지 두 달 만에 분식회계로 매매거래가 정지됐고 아직도 여진이 남아 있다. 올 5월에는 현대상선의 해외 교환사채(EB) 발행을 주관했으나 수요 예측 실패로 800억원 규모의 미매각 물량을 떠안기도 했다.
최근 몇 년간 기업공개(IPO)를 포함한 IB 리그테이블에서도 계속 부진했다. KDB대우증권은 올 상반기에 단 한 건의 기업 상장 주관도 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두 건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KDB대우증권이 최근 2~3년간 큰 기업 위주로만 주관사를 맡으려고 하다 보니 시장이 안 좋은 상황에서 트랙레코드를 쌓기가 힘들어져 최근에는 제안서를 내도 주관사로 선정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KDB대우증권의 IB 명가 재건이 지배 구조를 감안할 때 생각처럼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악화된 IB 시장 상황뿐만 아니라 2009년 KDB금융그룹으로 편입되면서 과거 경쟁력 있던 'IB DNA'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우증권은 당시 산업은행의 민영화 계획에 따라 산은캐피탈ㆍ산업은행ㆍ산은자산운용 등과 함께 KDB금융그룹에 묶이면서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당초 기대했던 IB 분야의 시너지 효과는 크지 않았고 정부의 입김도 세졌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대우증권이 국책은행인 KDB금융그룹에서 분리돼 본연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조언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KDB대우증권은 채권 인수, 사모펀드(PEF), 인수합병(M&A) 등에서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시너지를 내기가 힘들다"며 "IPO의 경우만 보더라도 산은캐피탈이 특정 벤처기업의 지분을 5~10% 가지고 있으면 KDB대우증권은 공동주관만 가능하고 10% 이상이면 아예 주관사로 선정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들며 정부 산하 증권사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1990년대 초반 산업은행 밑에 산업증권이 있었는데 당시 은행 출신들이 많아 무한 경쟁이 펼쳐지는 증권업계에서 경쟁력을 갖기가 어려워 결국 외환위기 때 사라졌다"며 "KDB대우증권의 IB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 점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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