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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R&D경영 속도낸다

"불황일수록 더 공격적으로"<br>美·亞·유럽에 거점 구축… 국내외 기업과 합종연횡<br>혁신기술 제품 개발 등 올 1조 8000억 투자

최태원(왼쪽) SK 회장이 지난 2월 SK하이닉스 중국 우시공장을 방문해 현미경으로 반도체 회로를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제공=SK


SK그룹이 유럽발 금융위기 등으로 불안정한 대내외 경영환경 속에서도 '연구개발(R&D)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경영환경이 불확실할수록 R&D 역량을 강화해 미래 성장동력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는 최태원(사진) 회장의 지론에 따른 것이다. 최 회장의 R&D 경영은 ▦국내외 대기업과의 R&D '합종연횡' ▦글로벌 R&D 거점 구축 ▦혁신기술 기반의 글로벌 제품 개발 등으로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먼저 SK하이닉스는 올 3월 SK그룹에 편입된 후 글로벌 R&D 네트워크 확대, 해외 기업과의 다양한 R&D 제휴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이탈리아의 낸드플래시 개발업체인 '아이디어플래시'를 인수해 유럽 기술센터로 전환시켰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기존 북미(미국), 아시아(일본ㆍ대만)에 이어 유럽까지 3개 대륙에 4개의 글로벌 R&D 거점을 확보하게 됐다. 이에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 미국 스팬션사와 특허기술을 공유하는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데 이어 6월에는 IBM과 차세대 메모리 제품인 PC램의 공동개발 및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국내외 대기업들과의 잇따른 기술개발 제휴를 통해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독일의 글로벌 자동차 부품회사인 콘티넨털과 전기차 배터리 공동개발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계약을 체결했다. 합작법인은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셀, 콘티넨톨이 배터리제어시스템(BMS)의 공급을 각각 담당하게 된다. 양사는 향후 5년간 2억7,000만유로(약 4,000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며 베를린과 대전에 연구센터를 함께 두고 지역별 영업 및 생산을 시작할 방침이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기아자동차와도 '전기차 보급 및 개발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양사는 전기차 개발을 위한 배터리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공동 마케팅 활동을 통해 전기차 보급 활성화에도 힘을 모을 계획이다.

SK텔레콤은 R&D의 초점을 롱텀에볼루션(LTE) 관련 기술 개발에 맞추고 있다. SK텔레콤은 5월 세계적 통신장비업체인 노키아지멘스와 손잡고 LTE 및 3G 통신망의 과부하를 방지하는 특화 기술을 해외에 수출하기로 했다. 국내 이동통신사와 해외 장비 공급사가 사업협력을 위해 손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C도 최근 혁신기술에 기반한 글로벌 제품을 잇따라 개발하며 주목을 끌고 있다. SKC는 지난달 휴대폰, LCD TV등 전자기기의 고장이나 오작동의 주원인인 발열문제를 해결해주는 고효율 방열시트를 개발하는데 성공, 본격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SKC는 오는 2015년까지 방열시트로만 1,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해 세계시장의 15%를 차지할 계획이다. 또 최근 10㎝ 내의 근거리 통신용 핵심소재인 '페라이트 시트' 개발에도 성공한 SKC는 향후 과감한 투자를 통해 2015년 연간 3억개의 생산규모를 구축, 세계 시장의 25%에 달하는 1,0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그룹이 최근 R&D 분야에서 잇따른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데는 "차별화된 기술력만이 미래성장을 담보해줄 수 있다"는 최 회장의 경영철학이 크게 작용했다. 실제로 SK는 2002년 3,000억원이던 R&D 투자액이 2007년 1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는 1조3,000억원으로 매년 두자릿수의 증가율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올해는 R&D 투자에만 사상 최대 규모인 1조8,000억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어려운 때일수록 R&D에 투자하고 기술역량을 키운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며 "앞으로도 미래의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R&D 분야에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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