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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띄우면 물반 오징어반”/20마리 4,000원 어민 한숨
입력1997-06-25 00:00:00
수정
1997.06.25 00:00:00
◎대풍어로 시름앓는 속초항 현지르포/어획량 작년의 10배·값 4분의 1 폭락/인건비도 안나와 잡을수록 적자/경매장엔 “무조건 팔자” 너도나도 값 낮춰『연안에서 2∼3마일만 나가면 물 반, 오징어 반이죠.』
오징어 어장상황을 전하는 한 속초어민의 목소리는 신바람은 커녕 잔뜩 풀이 죽어 있다. 「풍어속의 시름」만 가득하다.
24일 상오 4시30분 속초 동명항. 밤샘 조업을 마친 오징어잡이 채낚기 어선들이 속속 입항한다.
이미 부두에는 전국에서 몰려온 물차(수조를 갖추고 산오징어를 수송하는 차량)들이 30여대 대기하고 있다.
어선들이 부두에 들어오자 중매인과 선원들이 뒤엉킨 가운데 경매가 시작된다. 이날 결정된 산오징어의 경매가는 1급당(20마리) 최저 4천원서 최고 6천원.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팔기만해도 다행이라는게 어민들 분위기다.
산채로 팔지 못한 오징어들은 곧장 속초시 중앙동 본서항으로 옮겨져 얼음이 채워지고 박스로 포장돼 선어로 다시 경매에 부쳐진다. 선어의 이날 1급당 경락가는 4천7백원에서 최고 5천6백원. 여기에는 박스와 얼음값 그리고 인건비 등 약 1천5백원의 부대비용이 포함돼 실질적으로는 산채로 팔때보다 1천원이상 낮아진 가격이다.
전날 저녁 속초항을 떠난 어선은 모두 59척. 밤샘조업 후 새벽에 돌아온 어선들이 잡아들인 오징어는 모두 1만5천여급. 척당 2백50여급 가까이 달해 모든 배들이 만선이다.
예년보다 약 1개월 이른 4월부터 형성된 속초연안의 오징어 어군은 전례없는 대풍이다. 특히 이달들어서는 「낮오징어」라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오징어는 습성상 낮에는 수심 1백m 이하로 내려가 있다가 밤에 20m까지 올라와 어선들이 집어등을 켜놓고 조업하는 것이 상례인데 요즘에는 어장이 워낙 광범해지면서 낮에도 곧잘 잡힌다.
이달초부터 16일까지 보름동안 속초연안에서 잡힌 산오징어는 모두 1천35톤으로 진난해같은 기간동안의 90톤에 비해 10배 이상 늘었다. 가격은 크게 떨어져 지난해 1급당 평균 2만원을 상회하던 것이 올해는 5천5백원으로 4분의 1수준으로 곤두박질 쳤다. 설상가상으로 원양오징어마저 풍어여서 가격하락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으며 쉽게 가격이 회복될 기미도 없다. 이같은 가격폭락으로 어민들은 「풍어속의 빈곤」이다. 김명수 속초채낚기선주협회장은 『1백톤급 배 한척이 출어하는데 유류비와 인건비만 약 30만원이 들어간다』며 『2백급이상을 잡아도 지금의 가격으로는 도저히 수지를 맞출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나 수협 등에서도 가격폭락에 속수무책이다. 격일제 조업 등이 논의 되고는 있으나 동해안 전지역이 동시에 참여해야만 실효를 거둘 수 있어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속초수협 이상수 판매과장은 『지난주 속초시에서 대책회의를 가졌으나 강원도내 관계기관들에 오징어를 사달라고 협조요청을 보내는 것밖에 뚜렷한 대책이 없다』며 『보다못해 수협직원들이 속초 인근의 아파트 단지를 돌며 40마리에 1만원을 받고 오징어를 팔았다』고 말했다.<속초=이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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