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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장보고시대] 부산항

부산도심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인 경남 진해시 용원동 선착장. 그곳에서 시속 60Km 이상의 소형배를 타고 10분가량 나가면 육중한 세개의 기둥을 싣고 있는 작업선이 나타난다. 21세기 동북아 물류중심의 한축을 담당할 부산신항 건설의 첫 단계인 방파제 공사현장이다. 제작비만도 200억원이 들었다는 작업선은 바다밑 뻘바닥을 다지기 위해 최고 40m짜리의 모래기둥을 세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약 1Km에 달하는 방파제를 쌓을 자리에 박아야 하는 모래기둥은 모두 2,703개. 현재 2,600여개를 박은 상태로 열흘 정도면 이 작업은 마무리 되고 콘크리트 구조물 설치 등의 후속작업에 들어간다. 정부공사로 진행되는 방파제 공사는 지난해 11월 시작됐다. 삼성물산 등 5개업체가 공동으로 수주한 이 공사의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삼성물산 양종훈 현장소장은 『순조롭게 진행돼 전체적으로 14%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며 『공사로 인해 어장상실 등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될 주민들에게 공사상황을 설명하는 등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오는 2011년까지 가덕도와 용원동 일대 510여만평의 부지위에 건설될 부산신항은 일본 고베항의 2배에 달하는 연간 58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의 해상물동량을 처리해 동북아의 중심항만으로 성장하게 된다. 2007년까지 1단계로 용원동지역에 14개선석(부두길이 4.3km)의 북컨테이너부두가 건설될 예정이다. 용원동에서 바다 건너 보이는 가덕도에 들어설 10개 선석의 남컨테이너부두는 오는 2011년 완공된다. 부산신항만의 사업비는 5조5,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정부에서 방파제건설, 준설공사, 배후도로 등 30%를 담당하고 부두건설, 배후지 조성 등 나머지 70%는 민자사업자가 맡게 된다. 국내최대의 민자사업인 부산신항 건설은 삼성물산 등 27개사가 공동으로 수주했다. 이들 기업들은 지난해 공동으로 출자한 부산신항만(주)을 설립했으며 현재 부산신항의 전체적인 시설설계를 진행중이다. 본격적인 민자부문 공사 착공은 내년말이나 2000년초가 될 전망이다. 부산신항만 조용욱기획부장은 『경제위기로 인해 몇몇 출자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자금조달 등에는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며 『외자유치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경제의 대외 창구역할을 하고 있는 현재의 부산항도 경제위기 이후 「부두 서비스 경쟁」이라는 새로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그동안 부산항은 항상 적정 처리능력을 웃도는 화물량으로 인해 서비스는 고사하고 밀어내기식 처리에만 급급했던게 사실. 그러나 지난해말부터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올들어 해상물동량이 감소세를 보이는데다 지난 7월 5만톤급 대형컨테이너선 4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부산항 4단계 컨테이너부두(감만부두)가 개장돼 시설능력이 확대되면서 항만 서비스 경쟁이 불붙고 있는 것이다. 감만부두는 연간 120만TEU의 처리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부두운영은 한진해운, 현대상선, 조양상선, 대한해운 등이 각각 1선석씩 맡고 있다. 자성대, 신선대 등 부산의 대표적인 컨테이너부두들은 최근들어 고객전담팀을 구성했으며 부두내에서 화물을 야적하고 선적하는 온 독(On-Dock)처리 비율을 확대하고 있다. 업체관계자들이 직접 중국, 일본 등의 외국선사들을 상대로 환적화물(우리나라를 경유해 외국으로 다시 운송되는 화물)유치를 위해 발로 뛰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자성대부두를 운영하고 있는 부산컨테이너부두운영공사 민병성(閔丙盛)사장은 『물량처리에 급급했던 예전과는 달리 터미널에 여유가 생겨 양질의 항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이를 기회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환적화물 유치를 위해 외국선사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영업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한 선사와 기항계약을 맺었으며 연내로 2~3개사와 추가로 계약이 가능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부산항을 통해 처리된 화물은 우리나라 해상수출입화물의 40%에 달하는 10억6,643만톤. 컨테이너의 경우 523만TEU를 처리해 전국처리량의 90%를 소화했다. 오는 2007년 부산신항이 개항되면 부산신항과 부산항은 백화점과 재래시장처럼 역할을 분담하게 된다. 부산신항은 수심 15m이상을 확보해 5,000TEU급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들의 기항지 역할을 하고, 더이상 확장할 공간이나 깊은 수심을 확보할 수 없는 부산항은 그보다는 규모가 작은 피더선들의 기항지 역할을 하며 일부 공간의 경우 친수공간 조성 등을 통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게 될 전망이다. 【부산=글 이학인·사진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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