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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은행 무너지면 맡겨둔 돈 어떻게 되나
입력1997-11-25 00:00:00
수정
1997.11.25 00:00:00
손동영 기자
◎‘떼일 염려 없지만 당분간 인출유예’/‘3년후 만기’ 금융채 보장여부 혼선/합병·파산 발표즉시 영업정지명령/유동성 제한 불가피… 후속책 시급「거래 은행이 망하면 맡겨둔 돈을 떼이지나 않을까.」 정부는 지난 19일 금융시장안정대책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3년간 금융기관 예금의 원금과 이자 전액을 보장한다고 발표했지만 예금자들의 불안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이후 흡수합병 또는 파산이 유력한 10여개 종금사나 2∼3개 일반은행과 거래하는 예금자들은 지금 거래처를 옮기지 않았다가 나중에 낭패를 보지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종금사의 경우 직원들조차 자기 회사와 거래하는 친인척들의 계좌를 해지하도록 종용하고 다른 금융기관을 기웃거리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론은 두가지다. 「돈을 떼일 염려는 없다」. 그러나 「상황이 나빠졌을 때 즉시 돈을 인출할 수 없을 가능성은 높다」.
현재 금융계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나 정부의 대응양상을 보면 대단히 비관적이다.
정부의 3년간 예금 원리금 보장방침은 1인당 2천만원(보험은 5천만원)까지만 보장해주는 현행 제도와 비교하면 대단히 파격적이다.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라는 해설도 곁들여졌다.
그러나 구체적인 시행내용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는데다 「보장」의 의미와 대상을 둘러싸고 정부안에서조차 해석을 달리하고 있다. 우선 『올해안에 예금자보호법 시행령 등을 개정, 발표일로부터 2000년말까지 3년간 원금및 이자전액을 보장한다』고 발표했는데 「3년간」의 의미가 애매하다.
향후 3년만 보장한다면 2001년이후엔 보장을 받지 못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3년내 부도처리되는 은행만 보호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장기예금 또는 은행들이 내년부터 발행하는 3년만기 금융채의 경우 해당은행이 잘못될 경우 원리금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부실은행이 발행하는 금융채는 값이 폭락(수익률은 급등)할 수 밖에 없어 금융채 시장이 교란되고 금리체계가 왜곡될 것으로 우려된다.
「3년 보장」이 만약 「향후 3년간 수취되는 예금을 보장한다」는 의미라면 이 문제는 해결가능하다. 2000년말까지 발행되는 금융채 등의 원리금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3년이내에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겠다는 정책의지를 반영한 대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3년간만 원리금 전액을 보장한다는 해석이 현재로선 유력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원리금이 보장된다해도 실제 거래 금융기관이 흡수합병이나 파산절차를 진행할 때 원리금을 즉각 또는 당초 예정대로 인출할 수 있느냐는 것. 실제로 흡수합병이나 파산이 발표되는 즉시 영업정지명령이 내려질 수 밖에 없다. 영업정지를 통해 예금인출을 막지 않으면 엄청난 혼란이 발생하고 그 결과 부실금융기관의 정리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을 거래하는 사람들은 대개 돈쓸 곳과 시기가 정해져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영업정지로 정작 필요할 때 예금을 인출할 수 없다면 정부의 「보장」은 의미가 없다. 예금자 입장에선 원리금보장 못지않게 중요한게 유동성이다.
특히 언제 영업정지 명령이 내려질지 모르는 일부 종금사의 경우 단기거래 고객위주여서 원리금보장보다는 유동성이 더 큰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3년간 예금 원리금 보장이라는 정부대책이 예금인출사태를 방지하기에는 미흡하다는게 금융계의 지적이다.
따라서 예금인출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3년간 원리금 보장에 대한 구체적인 후속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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