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 사는 100억대 자산가인 조상훈(58·가명)씨는 최근 프라이빗뱅커(PB)의 조언에 따라 자산 대비 현금 비중을 50%로 늘렸다. 변동성 위험에서 재산을 지키려는 선택이었지만 낮은 예금금리에만 의존할 수는 없어 대신 안정적 수익을 내고 있는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비중을 40%로 늘렸다. 또 나머지 자산은 최근 강세를 보이는 달러 자산에 새로 투자했다.
저금리 기조 속에 주식 시장의 변동성마저 커지자 '슈퍼리치'로 불리는 고액자산가들이 연 3~4% 수준의 지수형ELS와 특판 환매조건부채권(RP) 등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주식형 상품에 투입했던 대부분의 자산은 조씨처럼 현금으로 돌리고 이중 일부만 달러 강세 기조에 맞춘 통화상품에 적극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동성이 높을수록 빛나는 지수형ELS 선호=시장의 변동성과 상관없이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지수형ELS는 고액자산가들로부터 유망한 투자 대안으로 각광 받고 있다. 최근 글로벌 증시가 전체적으로 조정을 받아 지수형ELS의 수익상환 가능성도 높아졌다. 지수형ELS는 코스피지수나 홍콩 H지수 등을 기초자산으로 지금 지수대보다 50~60%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정해진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10일까지 발행된 지수형ELS 중 사모형의 금액 비중은 40.9%로 지난달보다 3%포인트 늘었다. 최근 한 달간 발행된 상품 수도 지수형ELS가 사모기준 737건으로 공모형(727건)을 웃돌았다. 류정아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강남센터 PB팀장은 "최근 글로벌 증시의 전반적 하락으로 지수형ELS에 접근하기 좋은 조건이 됐다"며 "전체 자산의 40~50% 정도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주부터 증권사들이 변동성은 크지만 수익률이 좋은 홍콩 H지수를 금융당국의 규제에 따라 기초자산에서 제외, 기대수익률은 이전보다 내려 잡을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지수형ELS뿐만 아니라 메자닌펀드·배당주펀드 등 증시 등락의 영향을 덜 받는 상품에 대한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남경욱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낸스센터 PB팀장은 "서로 상관관계를 줄일 수 있게 자산을 배분해야 시장의 방향성이 정해졌을 때 완충작용을 해줄 수 있다"며 "절대 수익형 상품은 변동성을 낮추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꼭 편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금 비중 늘리고 달러상품에 투자=오는 17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증시가 지지부진하자 고액자산가들은 주식형 상품에 들어 있던 자금을 현금으로 돌리며 위험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언경 한국투자증권 압구정PB센터 PB팀장은 "금리 인상 이벤트가 이미 반영됐다고 하더라도 결과에 따라 일시적인 충격이 있을 수 있어 FOMC 회의 전까지는 전체 자산의 50% 정도를 현금으로 보유하면서 투자를 유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금 외에 투자할 만한 자산으로는 달러와 금 등 통화자산이 꼽혔다. 특히 달러 강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여 달러 자산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대신증권의 달러 자산 상품(달러 표시 ELS, 펀드, RP 등)에 유입된 금액은 총 1억916만달러로 연초(2,500만달러)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달러 자산 등에 투자하는 '글로벌스트래티지멀티에셋펀드'도 설정 이후 6.55%의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환차익에 더해 연 2%의 확정금리를 제공하는 특판 달러RP는 4월 이후 넉 달 만에 잔액이 1,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장영준 대신증권 압구정 부지점장은 "위기가 닥쳤을 때 가장 안전한 자산은 미국 달러로 보여 자산의 30% 이상을 달러에 투자하기를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팀장은 "달러 표시로 발행된 채권의 경우 환이익에 채권 수익을 추가로 얻을 수 있어 적극적인 달러 자산 투자용으로 적합하다"며 "다만 환율 예측이 어려워 비중은 10~20% 정도가 적당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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