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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헌화로`

■강릉 헌화로-수로부인의 발자취 “검푸른 바위의 언저리에/ 손에 잡고 있는 암소를 놓아두고/ 나를 부끄러워 아니 하신다면/ 꽃을 꺽어 바치겠습니다” 나이든 노인네의 주책인가 만용인가 아니면 진정한 사랑에 대한 열정인가. 길 가는 수로부인(水路夫人)에게 천길 낭떠러지 위에 핀 꽃을 꺽어 바치면서 이 같은 노래를 불렀다고 전해지는 견우노인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이름으로 보아 고위 귀족임에 틀림없는 강릉태수 순정공(純貞公)을 제쳐두고 그 부인인 수로에게 이런 수작을 부렸다면 아예 하나 뿐인 목숨을 걸었음이 틀림없다. 아니면 신라시대의 성풍속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개방적이었기 때문일까. 그렇다고 노인만 탓할 수도 없다. `동양의 비너스`라 불리는 수로부인은 이미 동해 바닷가를 왕래하면서 수많은 염문(?) 뿌리고 있었기 때문. 신라 성덕왕때 사람인 수로부인은 어느날 그의 미모에 반한 동해 용으로부터 납치당하기까지 한다. 남편인 순정공은 (해가(海歌))를 지어 뭇사람과 더불어 외치며 물가를 막대기로 쳐서 간신히 용으로부터 수로를 구해 냈다. 강릉시 심곡(-)금진 간에 펼쳐져 있는 `헌화로`에는 수로부인에 얽힌 전설을 전하는 (헌화가(헌화가))가 새겨진 작은 바위가 서 있다. 여행의 한 도정에서 옛 선인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는 것은 또다른 기쁨이다. 지난 98년 포장된 왕복 2차선의 이 도로는 2km에 불과하지만 바다 밑까지 이어진 수려한 해안단구와 철썩이는 파도소리로 오가는 여행객들에게 멋진 풍광을 보여준다. 견우노인이 꽃을 꺽었을 듯싶은 해안가 절벽에는 시에서 조성한 해당화가 어느새 붉게 피기 시작했다. 정부는 이 지역의 자연자원적 가치를 인정, 천연기념물 지정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어느샌가 이곳에도 개발의 물결이 다가서고 있다. 6ㆍ25전쟁 때도 국군이나 북한군이 모두 비껴가 인근 주민들은 전쟁이 났는지도 모르고 지냈다는 한적한 이 도로에 최근 관광객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웃한 정동진이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면서 이에 식상한 매니아들이 보다 여유있는 휴식공간를 찾아 나섰기 때문. 헌화로의 끝에 있는 금진항에서 출발하는 유람선투어도 관광객들을 이곳으로 끌어 들이는 한가지 이유가 됐다. 금진항의 한 주민은 “헌화로가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정동진의 전철을 되밟아서는 안된다”며 “자연풍광은 기어이 찾아 즐기면서 음식ㆍ숙박 등 편의시설은 도시급을 고집하는 관광객들의 이중적인 행태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여행메모) ◇찾아가는 길=하루 7차례 청량리역에서 강릉행 무궁화호ㆍ새마을호가 출발하며, 동대구, 부산, 영주 등에서도 기차를 탈수 있다. 정동진에서 내려 택시나 렌터카를 이용한다. 자가운전자라면 영동고속도로나 동해고속도로를 타고 7번국도를 달리다 정동진에서 빠져 썬크루즈 뒤길을 돌아 들어간다. ◇음식ㆍ숙박=정동진 인근에 장급 여관 및 식당이 몰려 있다. 한적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심곡이나 금진항의 작은 음식점들도 찾을 수있다. 호텔로는 썬크루즈(033-610-7000)나 강릉 시내의 현대호텔(651-2233), 관광호텔(641-3771)등을 이용할 수 있다. ◇볼거리=금진항에서 정동해운(033-534-0990)의 유람선을 타면 해안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자녀와 동반한다면 통일공원도 좋을 듯. 96년 노획된 북한의 잠수함이 좌초된 그 자리에 전시중이며, 99년 퇴역한 3,400톤급의 전북함의 위용도 볼 수 있다. 강릉시내에는 오죽헌, 경포대, 선교장뿐 아니라 축음기ㆍ영사기ㆍ전구 등 1만여점이 전시돼 있는 참소리 박물관이 찾을 만하다. 문의 종합관광안내소(033-640-4414)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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