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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바둑영웅전] 지금이라도 냉정을

제 9보(169~200)


백70 이하 76은 절묘한 수순이다. 이것으로 우상귀에는 큰 패가 생겼다. 한두 집을 다투는 바둑인데 20집짜리 패가 났으니 백의 대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게 아녜요. 이 패는 늘어진 패인데다 팻감 사정도 나빠요. 구태여 이런 복잡한 사건을 만들 필요가 없는 바둑이었는데 이창호 사범이 오늘은 좀 이상하네요.” 루이9단의 말에 그녀의 남편 장주주9단이 싱긋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이상해요. 장가를 들 때가 돼서 그런 걸까.” 백70으로는 지금이라도 냉정하게 참고도1의 백1 이하 5로 두었어야 했고 그랬더라면 여전히 백승이었다고 한다. 흑89는 백으로서는 뼈저린 팻감이다. 외면하고 우상귀를 해결하고도 싶지만 참고도2의 흑1 이하 7을 당하면 백이 모자라는 바둑이다. 패를 내는 과정에서 흑은 이미 79와 81로 상당한 이득을 챙긴 터이므로 조금만 보상을 받아내도 본전을 건지게 되는 즐거운 입장이다. 흑97도 묘미있는 수순. 백98을 두지 않고 우상귀를 따내면 하변에서 더 큰 패가 난다. 그 패는 워낙 크기 때문에 백이 좌상귀의 흑을 잡더라도 백이 지게 되어 있다. (78…74. 80…72. 82, 88, 96…70. 85, 91, 9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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