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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산업현장] 소비심리 급랭 기업 凍死지경

尹모씨(33)는 국내에서 첫째를 다투는 대기업에 다닌다. 입사 8년차 대리로 연봉은 2,400만원. 지난해의 2,780만원보다 380만원이 감소했다. 매달 받는 돈은 이것저것 떼고 150만원 정도. 돈쓸 일은 느는데 쓸돈은 줄었다. 하지만 불만은 없다. 퇴직당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다. 尹씨는 이제껏 낭비를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것저것 제하면 남는 돈이 없어 저축은 꿈도 꾸지 못한다. 오히려 최근에 만든 마이너스통장이 한계에 이르고 있다. 그저 IMF가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있다. 요즘 샐러리맨들의 씀씀이는 尹대리와 별로 차이가 없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쓸래야 쓸 돈이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사실은 각종 통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IMF이후 평균 임금은 10%이상 줄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물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소비자들은 자녀 교육비와 약값까지 줄이고 있다. 심지어 속옷도 안 사입고 있는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소득감소보다 소비감소가 더 큰 것이 걱정』이라고 말한다. 앞으로의 상황을 더욱 비관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근로자들의 월급과 같은 지속적인 수입, 즉 항상(恒常)소득이 사상 첫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는 고정소득이 갈수록 감소하고 있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두려움 속에서 소비를 더 줄이고 있다. 당분간 웬만하면 안 먹고 안 입고 안 쓸 작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가 줄면 판매가 줄어드는 기업이 죽게 마련. 소비 감소의 여파로 영원할 것처럼 보였던 대기업들까지 부도, 화의신청, 법정관리, 워크아웃 등의 심각한 국면을 맞고 있다. 의류업체를 보자. 업계 1위인 (주)신원을 시작으로 나산·진도·쌍방울·서광·에스콰이어·까슈·부흥 등 수많은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불황에도 가장 타격을 덜 받는다는 식품업체도 상황은 마찬가지. 삼양·크라운·해태·고려당·삼립·비락 등의 굵직굵직한 업체들이 끔찍한 부도이후 재기를 노려야할 판국이다. 의류·식품 등의 판매현장이라고 할 수 있는 백화점 불황은 이미 심각성을 넘어섰다. 한국백화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말 40개였던 회원사 중 10개사가 도산, 유통현장에서 사라졌다. 지금 남아있는 백화점들도 안심못할 상황. 벌써 10여개 업체가 자금난으로 부도사태 등에 직면했는데도 매출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이러다간 살아남을 업체가 몇개나 되겠냐』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웬만큼 이름이 알려져있는 업체가 이처럼 힘든 지경이니 나머지 중소업체들은 불문가지다. 중소 업체들의 몰락은 국내 산업기반 자체를 뒤흔들어놓고 있다. 기업의 침체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결국 근로자인 소비자의 소득감소와 이에 따른 소비감소로 귀결된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내놓은 것이 10조원을 푸는 소비자 금융의 확대다. 하지만 소비가 늘고 있다는 징후는 어디서도 보이지 않는다. 정부 설득이 피부에 와닫지않기 때문이다. 약값까지 줄이는 사람이 자동차나 냉장고를 살 수 없는 이치다. 김태동(金泰東) 정책기획수석은 『소득의 범위내에서 적절히 소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최근 방송대담에서 밝혔다. 하지만 적절한 소비를 할 수 있는 만큼의 소득이 보장된 다음의 이야기다. 결국 소비감소의 문제는 소득의 증대에서 해법을 찾아야 마땅하다. 대우경제연구소의 신후식(申厚植)박사는 『소비가 감소하는 것은 고용의 불확실성과 소득의 감소 때문』이라며 『이 가운데 소득감소부분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에게 임금을 주는 기업의 이익을 높이는 데 정책방향을 맞춰야 한다. 즉 구조조정을 빨리 해 기업의 효율을 올리고 금융시장을 안정시켜 비용을 낮추는 일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일본정부는 최근 경기진작을 위해 모든 국민에게 3만엔씩의 상품권을 주는 아이디어까지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에게 소비를 말하기에 앞서 소비를 가능케 할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시급하다. 【한기석 기자】 <<영*화 '트/루/먼/쇼' 16일 /무/료/시/사/회 일간스포츠 텔콤 ☎700-9001(77번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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