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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의 바통을 이어 받을 현대ㆍ기아차그룹의 후계구도 작업이 본격화됐다. 정의선 사장의 자리 이동은 사실 올 초부터 예상돼왔다. 그러나 기아차의 경영상황을 감안해 지연되고 있다는 소문이 그룹 안팎에서 나돌았다. 21일 전격적인 인사 역시 “다소 이른 감이 있다”는 일부의 평가도 있지만 “더 이상 늦출 수도 없고 올해 기아차의 실적이 사상 최대인 만큼 지금이 적기일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현대차가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정상권으로 발돋움하느냐가 향후 몇 년에 달려 있는 만큼 정 신임 부회장은 더욱 혹독한 경영 수업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차 경영 성과 인정=현대ㆍ기아차그룹은 “정 사장이 ‘디자인 경영’을 통해 기아차를 안정적으로 이끌어온 공로가 인정돼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2005년 현대ㆍ기아차 총괄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뒤 기아차로 옮겨와 디자인 경영을 펼치며 최근 경기침체 가운데서도 괄목할 만한 성적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2006년 9월 아우디ㆍ폭스바겐 수석 디자이너로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던 피터 슈라이어를 디자인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 현대차와 차별화를 꾀했다. 정 부회장의 디자인 경영에 힘입어 기아차는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 지난해 상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올 상반기 매출 8조1,788억원, 영업이익 4,192억원을 올리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그는 또 지난 2월 정 회장과 함께 기아차 미국 조지아 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하고 6월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순방을 수행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보폭을 넓혀왔다. 현대차의 핵심 보직을 맡겨도 충분한 경영 성과를 보였다는 게 그룹 측의 설명인 셈이다. ◇예상된 후계 구도 작업=정 부회장의 현대차로의 이동은 후계 절차의 시작을 의미한다. 지난해 현대ㆍ기아차 경영진의 인사는 이 같은 조치를 암시했다. 그룹 내 2인자로 평가 받던 김동진 부회장이 갑작스레 현대모비스로 자리를 옮겼고 김익환 당시 기아차 총괄 부회장과 조남홍 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파격적인 인사가 단행됐다. 특히 최재국 현대차 부회장이 승진 두 달 만에 물러나고 서병기 부회장 역시 돌연 사퇴하면서 정 부회장의 ‘입지 구축’을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분분했던 것. 7개월여의 시차를 두고 이 날 정 부회장에 대한 승진 인사가 단행된 만큼 업계의 관측이 나름 맞아떨어진 셈이다. 안수웅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 부회장의 기아차에서의 경영성과를 인정하고 후계 구도를 가속화시킨 것이 이번 인사의 핵심으로 보인다”며 “다른 그룹의 후계 구도가 마무리된 만큼 현대ㆍ기아차그룹 역시 속도를 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글로벌 전략에 변화 올 듯=이번 인사가 후계 구도를 마무리 짓기 위한 것인 만큼 정 부회장의 역할과 책임은 한층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현재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기아차의 임단협과 파업이 인사를 지연시키기에는 지엽적인 문제였을 수 있으나 현대차, 넓게는 그룹의 경영을 총괄해야 하는 수장으로서는 사정이 크게 다르다. 아직 갈등 관계가 여전한 그룹 내 노사문화 개선은 물론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책임져야 한다. 특히 최근 경기침체 후 현대ㆍ기아차그룹이 해외 시장 확대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그 결실이 어떻게 맺어지느냐가 정 부회장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와 관련, “현대ㆍ기아차그룹의 후계 구도가 준비된 것인 만큼 전반적인 경영전략도 예정된 수순을 밟지 않겠냐”는 전망이다. 정 회장이 글로벌 생산체제를 구축했으므로 정 부회장은 마케팅과 디자인 등 새로운 전략으로 승부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체제가 생산 체제 확립 중심이었다면 정 부회장은 디자인과 판매 쪽을 더 강조하는 경영을 보여왔기 때문에 앞으로는 그룹 전체적으로 후자 위주의 전략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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