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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선물이야기] 풋옵션으로 열흘새 12배 1억벌어
입력1998-12-23 00:00:00
수정
1998.12.23 00:00:00
국내에 선물·옵션시장이 열린지 2년6개월이 조금 넘었다. 우리 선물·옵션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다.97년 8월말 서울증권에 옵션계좌를 개설한 김재복(金在福·가명·54)씨는 75포인트에 KOSPI200지수를 팔 수 있는 권리(풋옵션) 500계약을 1계약당 2만원을 주고 샀다.
당시 증시는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책 발표로 반등 기대감이 컸다. 그런데 9월들어 기대와는 달리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풋옵션은 팔 권리이므로 주가가 떨어지면 이익이다. 75포인트라는 정해진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를 산 것이므로 실제 주가지수가 70이라면 5포인트만틈 이익을 얻는 것이다.
金씨가 사들인 풋옵션 가격은 불과 10일만에 계약당 25만원으로 12배나 올랐다. 金씨는 각종 수수료를 제하고도 1억원 이상의 이익을 남겼다.
선물·옵션투자가 이런식으로 늘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233년 전통의 베어링스 은행은 영국 여왕의 계좌가 있을 정도로 귀족적인 은행이었다.
이 은행은 93년 3월 네덜란드의 ING그룹에 단 1파운드에 매각된다. 이유는 싱가포르 지사의 고졸 출신 트레이더인 닉 리슨이 선물·옵션투자로 12억달러의 손실을 발생시켰기 때문이다.
닉 리슨은 사이멕스(싱가포르 국제통화 거래소)에서 일본의 지수선물인 닛케이 225 선물과 옵션을 거래했다.
닉 리슨은 회계처리도 담당했기 때문에 거래중 발생한 에러를 처리하기 위한 특별한 계좌를 관리하고 있었다. 에러계좌의 이름은 88888.
닉 리슨은 8이 중국에서 행운을 뜻한다는 것을 알고 이 번호로 에러계좌를 만들었다.
닉 리슨은 처음에는 수 만 파운드 정도의 손실을 에레계좌에 숨겼다.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무리한 거래를 했고 점점 손실액은 불어났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손실이 커지자 그는 줄행랑을 쳤고 독일에서 붙잡혀 현재는 싱가포르 창기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닉 리슨의 거래내용은 다음에 자세히 다루기로 하자.)
선물·옵션은 실제로 그렇게 위험한 거래가 아니다. 金씨의 경우처럼 운만 좋으면 떼돈을 벌 수도 있다. 반대로 유서깊은 은행을 통째로 날려버릴 수도 있다.
닉 리슨 사건당시 베어링은행 아시아지역 매니저였던 제임스 백스는 매니저로 부임하며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싱가포르는 지뢰로 가득차 있다. 나는 그 지뢰들이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고 있다.』
제임스 백스는 지뢰를 밟았다. 선물·옵션투자는 고도의 지뢰찾기 놀이라고 할 수도 있다. 【정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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