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급격한 환율하락(원고)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환율안정을 위해서는 자본수지가 적자날 정도로 국외 투자를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어 5일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멀리 인도에서 열린 아시아개발회의 총회에서 ‘원화의 국제화 로드맵을 조만간 확정하겠다’고 화답했다. 이후 재경부는 바쁘게 움직여 18일 투자목적의 해외부동산 취득 허용 등 추가적인 외환자유화 방안을 내놓았다. 외환자유화 추진계획에는 없었던 일정이다. 투자금액 한도도 당초 50만달러였으나 100만달러로 상향됐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3일 ‘환율 때문에 정말 골치 아프다’고 말했다. 경제책임자가 아닌 일국의 국가원수가 환율에 대해 아주 이례적으로 직설적으로 발언한 것이다. 그러자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열린 회의에서 금리동결을 발표했다. 미국의 연속적인 금리인상, 유럽ㆍ일본의 금리인상 움직임, 부동산투기 억제, 경기호전 등 금리를 올려야 하는 이유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음에도 금통위는 ‘환율안정’을 위해 금리를 동결한 것으로 시장은 해석하고 있다. 역시 ‘코드정책’의 한 부분으로 분석되는 대목이다. 정부의 부동산 버블론 역시 한 예이다. 청와대 국정 브리핑이 버블 세븐 등 부동산 버블론을 경고하고 나서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이에 응수했다. 한 부총리를 비롯한 재경부 고위관료들은 너나없이 버블론을 경고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한발 더 나아가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집값이 오르면 오는 2007년에 공시가격을 시세의 100% 수준까지 올릴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청와대보다 한발 앞선 고강도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경제정책당국의 해바라기형 정책은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 같은 양상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모 경제 전문가는 “경제정책은 무엇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문제는 최근 들어 깃발만 들면 무조건 따라가는 모습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제부처 고위간부는 “경제정책에 코드만 있고 정책 담당자의 소신은 사라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점점 심해지는 해바라기 정책의 이면에는 과거의 아픈 상처가 있다. 지난해 재경부는 주세 인상 등 세제개편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대통령의 ‘증세는 없다’는 발언 등과 맞물리면서 재경부는 정치권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올해 초 재경부는 세제개편안을 추진했지만 이 역시 흐지부지됐다. 다른 재경부 관계자는 “하반기에 중장기 조세개편안을 내놓게 된다”며 “하지만 정치권으로부터 문제가 될 소지는 담지 않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정치를 의식한 세제개편안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론스타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도 경제관료들의 정치화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경제를 위해서 한 일이다. 하지만 론스타와의 거래를 꾸짖는 정치권의 주장에 이를 보호해줄 울타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보호해줄 방패막이가 없는데 누가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정치와 행정이 너무 가까워졌다”며 “선거 이후 대선 국면이 이어진다는 점을 볼 때 해바라기 정책은 앞으로 더욱 넘쳐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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