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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구조조정 향후 과제
입력2002-12-05 00:00:00
수정
2002.12.05 00:00:00
지난 97년 12월. 한겨울의 매서운 바람과 함께 몰아 닥친 금융위기로 인해 우리는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이라는 초유의 상황에 직면했다. 긴축조치로 시장금리가 30%대까지 치솟은 가운데 금융시장은 작동을 멈췄고 극심한 신용경색이 시작됐다.
법적인 수단을 포함한 특단의 대책들이 연이어 발표됐으나 공황은 멈출 줄을 몰랐다.
건전성이 낮은 금융회사들을 폐쇄 또는 강제합병의 방식으로 퇴출시키는 것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금융회사들은 경쟁적으로 여신을 회수했고 그 결과 연쇄부도가 폭증했다.
결국 150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고 이후 금융중개기능 회복과 함께 실물경제도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했다.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암울한 상황이 마침내 극적인 반전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지난 5년은 그렇게 흘러갔다.
그러면 지금까지 지속된 금융구조조정의 성과는 무엇인가. 가장 커다란 성과는 금융중개기능 회복을 통해 실물경제가 안정됐다는 것이다.
만약 부실한 금융회사를 과감하게 퇴출시키지 못하고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해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높이지 않았다면 지금의 우리 경제는 어떤 모습일까. 공적자금의 효과에 대한 최근의 한 연구결과는 이러한 물음에 대해 개략적인 답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5년간의 국내총생산(GDP)은 위기를 겪지 않았을 경우에 비해 약 300조원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만약 150조원을 투입하는 과감한 금융구조조정이 없었다면 국내총생산은 최대 900조원까지 감소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금융중개기능의 작동이 실물경제 회복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라 하겠다.
더불어 150조원이라는 공적자금은 40여년간 누적된 부실을 일거에 해결해내는 과정에서 투입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단순히 공적자금의 회수율만을 가지고 그동안의 구조조정 효과를 폄하하는 시각에는 분명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공적자금 투입이 온전히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적자금 투입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있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공적자금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금융중개기능과 실물경제를 사후적으로 회복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 경제주체의 행태를 바람직하게 유인해 미래의 부실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瀏굘?후자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부실을 초래한 개별 경제주체들에게 엄격한 손실분담 원칙을 적용해 자기책임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공적자금 투입의 빌미를 제공한 부실기업주들에 의한 회사재산 횡령, 일부 제2금융권 경영진들에 의한 불법대출 및 자금유용이 지속적으로 목격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공적자금 투입과정의 비효율성으로 인해 자기책임의 원칙이 확립되지 못했다는 증거에 다름 아니다.
아울러 공적자금의 추가 투입 시점을 놓침으로써 부실이 확대되고 그 결과 공적자금의 투입규모가 더 큰 폭으로 늘어난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64조원의 공적자금으로는 부실해소가 어렵다는 사실이 분명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합의점을 찾지 못해 제2차 공적자금의 적시 투입이 집행되지 못했다. 이로 인해 국민부담은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이제 금융구조조정의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다음의 세가지가 특히 중요할 것이다.
첫째, 제2금융권에 남아있는 부실을 정리하는 것이다.
상호저축은행 및 신용협동조합과 같은 서민 금융회사의 부실과 투신권에 남아있는 부실을 걷어냄으로써 이들 금융회사가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금융기관들을 빠른 시일 내에 민영화해야 한다. 금융기관에 대한 정부보유 지분 확대는 지난 위기 당시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산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정부가 금융기관을 보유하는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불공정한 경쟁 야기, 정부의 개입여지 확대, 시장의 불필요한 오해 초래 등 각종 부작용들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제반 문제의 해소와 더불어 공적자금의 조기 회수를 위해서도 민영화는 빠를수록 좋다.
셋째,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이 자리 잡도록 힘써야 한다. 그동안의 구조조정은 주로 정부주도에 의한 것이었다.
돌이켜 보면 장기간 누적된 기업 및 금융 부실을 일거에 해소하는 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의 첨예한 대립 등으로 인해 시장 자율적인 금융기능 회복이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결국 이 과정에서 중재자의 역할이 절실히 필요했고 정부가 이를 담당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금융중개기능이 상당 부분 회복되었으므로 정부보다는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이 하루 빨리 자리 잡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박상용<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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