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은 지난해 10월 삼성SDI·효성·일진전기 등과 손을 잡고 제주시 조천읍에 있는 조천변전소에서 '실험'에 착수했다. 보통 변전소는 발전소에서 보내온 전기의 전압을 가정에서 쓸 수 있도록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조천변전소에는 일반 변전소에서 찾기 어려운 특이 시설인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가 구축돼 있다. ESS는 물처럼 흐르는 속성을 지닌 전기를 저장해뒀다가 필요할 때 퍼내 쓸 수 있게 만든 일종의 전력 저수지다. 삼성SDI의 8㎿h 리튬이온배터리와 효성의 4㎿ 전력변환장치가 이곳에서 둑 역할을 한다.
ESS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양수발전소를 떠올리면 쉽다. 양수발전소는 심야 등 부하가 낮은 시간대에 모터를 돌려 물을 높은 곳으로 끌어올린 뒤 저장해뒀다가 필요할 때 물을 흘려보내 다시 전기를 생산하는 곳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에너지 효율의 손실이 발생한다. 가령 물을 끌어올릴 때 100의 에너지를 썼다면 물을 흘려보내 얻을 수 있는 에너지는 40에 불과한 식이다. 하지만 발전소가 생산하는 전력과 기업·가정이 쓰는 수요가 일치해야 전기의 '품질'이 유지되기 때문에 밤에는 전기를 소모하고 낮에는 전기를 생산하는 양수발전소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환경적 제약으로 양수발전소를 무한정 짓기 어렵다는 점이다. 더구나 초기 건설 비용도 배터리를 이용한 ESS보다 비싸다. 이 때문에 한전은 ESS 사업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17년까지 6,560억원을 투자해 총 500㎿ 규모의 ESS를 전국 각지에 설치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화력발전소의 효율이 높아져 연간 전력구입 비용을 약 3,200억원 절감할 수 있다는 게 한전의 추산이다.
해외시장 진출도 구상하고 있다. 미국 조사기관인 파이크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ESS 시장은 약 2조원 규모로 형성돼 있으며 2020년에는 47조원에 이르는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병숙 한전 신성장동력본부장은 "2020년까지 에너지저장산업의 3대 강국으로 도약해 세계시장의 30%를 점유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전력생산의 주체인 발전자회사들 역시 에너지 신기술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기술로 발전 효율이 높아질수록 수익성은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부발전은 1조7,000억원을 투자해 2019년 준공을 목표로 강원 삼척시에서 합성천연가스(SNG) 생산 플랜트를 건설하고 있다. SNG는 열량이 낮은 석탄을 고온고압에서 기체화한 뒤 정제 과정을 거쳐 메탄가스 등과 혼합해 제조하는 가스를 의미한다. 상대적으로 단가가 싼 석탄을 가공해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해내는 셈이다. 남부발전 관계자는 "플랜트 준공 이후 약 2조원의 연료 절감 효과와 1만9,300명의 고용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서발전 역시 신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동서발전은 5월 GS건설과 저등급 석탄의 고품위화 기술을 인도네시아에 수출하기 위한 기술협력협약을 체결했다. 고품위화 기술은 수분이 다량 포함된 석탄을 가공해 열량을 높이는 기술이다. 동서발전은 ㎏당 4,200㎉ 미만의 열량을 내는 저등급 석탄의 열량을 6,500㎉ 이상으로 높이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양사는 2017년까지 인도네시아에 하루 5,000톤을 고품위화할 수 있는 시설을 준공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석탄은 우리나라 석탄 수입량의 40%를 차지하기 때문에 현지 시설이 준공될 경우 구입비용 및 온실가스 절감 효과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