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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생활고 비관… ‘비극시대’
입력2003-07-19 00:00:00
수정
2003.07.19 00:00:00
정상원 기자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어머니가 자녀를 고층 아파트에서 던진 뒤 자신도 목숨을 끊은 동반자살 사건의 충격파가 우리 사회를 깊은 충격에 빠뜨리면서 경기 불황에 따른 생활고로 가정이 파탄나고 온 가족이 죽음을 택하는 극단적인 행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의 가족 단위 동반자살 사건의 동기는 대부분 경제적인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17일 인천에서 자녀와 동반자살을 택한 손모(34)씨는 생활고 탓에 3,000만원의 카드 빚을 졌던 밝혀졌다.
3년 전 남편의 실직 이후 생활비를 마련할 길이 없던 손씨는 세 명이나 되는 자녀를 돌보느라 마땅한 직장도 찾지 못했다.
이웃 주민들은 “아이들이 아파도 1~2만원이 없어 병원에 데려가지 못하면서 안타까워 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말 충남 태안군에서는 부인의 카드 빚 5,000만 원 때문에 고민하던 30대 가장이 채권추심회사의 독촉전화를 받은 뒤 두 딸을 살해한 뒤 자살을 기도했다가 중태에 빠진 사건이 발생했다.
안영주 변호사는 “자녀를 먼저 죽이고 부모는 자살을 시도했다 살아 남는 경우 살인죄가 적용되기 때문에 이 역시 비극으로 끝난다”고 말했다.
연세대 의대 정신건강병원장 이홍식 교수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재기의 희망도 없는 극단적인 상태에 빠지면 자살을 선택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평소 염세적인 삶을 살다 인터넷 자살사이트 등에서 만나 함께 죽음을 택하는 자살자들이 남긴 유서는 `세상이 싫어졌다`는 단순한 사유가 대부분”이라며 “하지만 최근 가족 단위의 동반자살을 택한 사람들은 생활고를 비관한 중산층인 경우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IMF 경제위기 직후인 1998년 1만2,458명이었던 자살자수는 99년 1만1,713명, 2000년 1만1,794명으로 줄었다가 경기침체가 심화한 지난해 1만3,055명으로 급증했다. 경기 불황으로 전체 자살자 수가 늘면서 다시 가족 단위의 동반자살까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사회 안전망 확충과 가족제도 전반에 대한 재점검, 국가 차원의 자살 예방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홍식 교수는 “만약 자신만이 죽었을 경우 살아남은 자녀들도 경제적 사회적으로 많은 고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죄의식을 없애기 위해 동반자살을 선택한다”며 “경제적 정신적으로 자신을 힘들게 만든 자녀와 아내 등에 대한 복수심으로 가족과 함께 동반자살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연세대 사회학과 조한혜정 교수는 “부모들이 먼저 죽을 경우 자녀들을 대신 돌봐주는 전통적인 관습인 친척들의 지원체제가 사라진 것도 가족 전체의 동반 자살이 증가하는 원인 중 하나”라며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자치공동체를 만들어 부모가 사고를 당해도 자녀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상원기자, 고성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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