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부는 서비스기관’ 인식 전환부터/경제살리기 긴급좌담
입력1997-04-16 00:00:00
수정
1997.04.16 00:00:00
◎규제완화,원활한 시장기능 작동에 힘쏟아야/“할수 있다”는 기회복 위해선 비전 제시 절실/기업도 기술혁신으로 ‘세계1등상품 만들기’ 나설때□참석자
안병우 재경원 제1차관보
유득환 무역협회 부회장
이윤호 LG경제연구원 원장
최광 조세연구원 원장
진행:유석기 정경부차장·장소:한국일보 송현클럽
○정치권 책임 느껴야
최근 진행된 경제살리기 여야 영수회담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후속조치는 어떤 방향으로 전개돼야 할까요.
▲최광 조세연구원장=영수회담은 그 자체로 우리 경제 회생에 상징적 의미를 가질 따름입니다. 정치권은 지금까지 분쟁을 원만한 타협으로 이끌지 못해 현 난국을 사실상 방조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책임을 느껴야 하며 회담에 그치지 말고 각 분야의 경제살리기에 앞장서야 합니다.
무엇보다 4천만 국민 모두가 깨어나야 합니다. 밖에선 엄청난 변화와 개혁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 정치권을 비롯해 대다수 국민들이 이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마치 토끼(선진국)는 쉬지 않고 달리는 마당에 거북이(우리나라)가 잠을 자고 있는 형국입니다. 우리는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 이대로는 안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이윤호 LG경제연구원장=최근 경제난의 원인은 적응능력 부족과 조정 지연에 있습니다. 세계화와 정보화로의 대전환기에서 우리는 이에 대한 대응능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젠 새로운 정치·경제·교육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과거 30년이 양적 팽창기간이었다면 향후 30년은 질적 충실과 고도화를 위한 기간으로 삼고 다음 3가지 측면을 고려했으면 합니다.
먼저 우리 기업인들이 사업하고 경제할 마음이 들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아울러 우리가 금융이나 외환위기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지, 우리가 위기관리 능력을 얼마나 갖췄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체제, 구조, 시스템, 인식을 어떻게 교정할지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말과 행동 일치해야
▲유득환 대한무역협회부회장=경제가 어려운 것은 무엇보다 정부나 정치권이 국민과 기업에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또 우리나라의 이중구조, 즉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투명하지 않고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점을 이유로 들 수 있습니다. 이런 구조에선 단합과 경제살리기는 사장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국민과 기업은 경제문제를 해결할 능력은 있지만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앞서고 정책이 일관성을 잃으면서 힘을 잃은 상태입니다. 한마디로 「기」가 없는 것입니다. 일차적 책임은 정치권과 정부에 있습니다. 「기」와 비전만 불어넣으면 우리 기업은 다시 뛸 것입니다.
▲안병우 재정경제원 제1차관보=각 경제주체들은 당면한 경제적 어려움을 인식하고 서로 합심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점에서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 여야3당이 모처럼 합의체제로 대응키로 한 것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정부는 이 합의체가 생산적 방향으로 나아가 온 국민이 합심하는 발전적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올해 대선으로 경제기조가 잘못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 정치권은 3당 공조체제를 이어나가면서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책을 내세워 이를 토대로 국민들에게 평가받는 경제 우선의 공약을 제시했으면 합니다.
경제살리기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 부문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기업의 중장기 발전을 위해 해결해야 할 점을 지적해 주십시오.
▲유부회장=어떤 사람은 우리 기업의 상태를 동맥경화증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기업에 가장 어려운 점은 임금인상에 따른 비용상승 뿐 아니라 노사관계 악화로 기업의욕을 떨어뜨리는 일입니다. 앞으로 기업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지고 스스로 문제해결에 나서야 합니다. 우선 현시점에서 기업에 요구되는 것은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의식입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기업은 국민에게 경제적 보상을 한다는 마음으로 자본재 수입절감에 앞장서는등 나라살리기에 힘을 모아야 합니다.
○기업 핵심역량 보완
▲이원장=우리나라의 어느 기업도 세계시장에 버젓이 내놓을 만한 제품을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의 정부주도, 대량생산, 외형위주 방침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입니다. 일차적으론 정책 실패를 지적할 수 있습니다. 이만한 경제규모에서 이만큼 경영여건이 악화된 것은 정책의 실패에 다름아닙니다. 그러나 기업 자체의 역량도 부족한 실정입니다. 기업은 우선 세계시장에서 팔 수 있는 제품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그 후에 중장기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경영혁신 ▲자율적인 운영시스템으로 전환 ▲문어발식 사업구조 탈피 ▲창의적 기업문화 만들기 ▲핵심역량 보완등 기업경영의 전반적 전환이 필요합니다.
최근 과소비, 여행수지 악화, 저축률 하락 등 가계부문의 지출양태가 오늘날 위기를 초래하는 데 일조했다는 지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원장=저는 우리나라 국민 소득이 5천달러에서 1만달러로 증대됐으면 소비를 무작정 5천달러시대 수준으로 묶어두려고 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소비행태를 두고 무조건 잘못됐다고 하는 것은 문제 자체를 잘못 짚는 것이며 이는 상황을 개선보다는 개악으로 이끌기 쉽습니다. 속물주의나 졸부근성도 나쁘다고 볼수만은 없습니다. 처음부터 졸부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지 졸부가 나오게끔 환경을 조성해놓고 이들의 소비근성만 탓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안차관보=물론 소득에 따라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문제는 국민이 우리의 경제력보다 더 쓰고 있는 것입니다. 일부 부유층이나 졸부의 자제도 필요하지만 이들보다는 일반국민 전체의 소비규모가 훨씬 크다는 점에서 과소비는 국민 모두의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쓰지 말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소득을 활용하면서도 어딘가 절약할 부분을 찾자는 것입니다. 우리는 소비생활을 합리화하고 좀더 쩨쩨해져야 합니다.
○개도국 마인드 여전
▲유부회장=쩨쩨해져야 한다는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우리가 근검절약하지 못하고 과소비로 치닫는 것은 여전히 개도국 마인드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쩨쩨한 OECD마인드, 즉 선진국 마인드를 배워야 합니다. 우리는 뭐든 「대충대충」하려 하고 질보다는 형식에 치중함으로써 결국 엄청난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양이나 형식보다 질적 충실을 기하는 쩨쩨한 OECD마인드로 전환해야 합니다.
지금껏 정부와 기업, 가계부문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 노사문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노사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돼야 하겠습니까.
▲이원장=우리에게는 시장원리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부족합니다. 지금까지는 형평성에 입각한 연공서열주의가 지배적이었지만 향후 시장원리하에선 이보다 효율성이 우세하게 됩니다. 이때 정부나 노사 양측이 대타협정신을 발휘해야 합니다. 노조는 임금을, 기업은 해고를, 정부는 물가를 각각 동결 또는 최소한으로 낮춘다는 생각으로 대타협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원장=무엇보다 노동시장이 시장으로서 기능을 해야 합니다. 지금은 노동자나 기업이 노동시장에 대한 인식 자체를 못하므로 임금은 올리되 고용은 유지하자는 식의 주장이 제기되는 것입니다. 시장논리만 인식된다면 문제의 상당부분은 간단히 해결되리라고 봅니다. 노동시장 참여자는 시장원리를 분명히 인지해 수용하고 그 대원칙 안에서 자기 주장을 내세워야 합니다.
일부에선 기업이 노사문제의 정면타결을 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유부회장=우리나라에는 아직 노사문화가 정착되지 않았습니다. 시행착오를 겪는 과도기에 있습니다. 기업은 앞으로 근로자에 대해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애정으로 대해야 합니다. 근로자도 이익이 증대될 때는 그만큼 더 요구하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이기주의를 버리고 어려움에 동참하려는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개혁의 대상
마지막으로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이원장=정부가 시장경쟁의 원리만 지켜왔더라도 노동시장이나 금융시장의 사정이 지금과는 달랐을 것입니다. 정부는 스스로의 기능과 역할을 전면 재검토하여 공기업 민영화나 규제완화, 정부의 생산성 제고에 더욱 힘써야 합니다. 다음으로 부정부패를 제도적으로 근절해야 합니다. 이는 리더십의 문제와도 관련되는데 이번 대선에선 부정부패와 무관한 차기대통령이 당선돼야 할 것입니다.
▲유부회장=첫번째는 규제완화입니다. 이는 정부가 국민이나 기업들에 서비스한다는 개념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두번째로 시스템 개발입니다. 아직 우리 사회의 절반 이상은 시스템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아 경제적인 낭비를 초래하고 있으므로 정부가 사회구조상 중요한 부분부터 시스템 개발에 나서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정책의 일관성이 필요합니다. 정부는 한번 수립된 정책을 꾸준히 밀고 나가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최원장=우선 정부가 스스로를 개혁의 대상으로 삼을 것을 당부합니다. 정부는 개혁의 주체로서 스스로 서비스기관이라는 인식전환을 가져야 합니다. 또 정부는 우리나라에서 자본주의가 제기능을 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자본주의의 두 축은 사유재산의 자유와 영업의 자유인데 우리나라는 정부의 간섭으로 인해 영업의 자유가 잘 실현되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나라는 본질적으로 자본주의 축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안차관보=정부 역할이 미흡하고 반성할 점이 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지금은 정부의 기구, 기능 등에 대해 성찰하고 재정비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일관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지적하신대로 정부는 규제 완화와 원활한 시장기능 작동에 힘을 기울일 것이며 이에 접근하기 위해 기업과의 관계를 수평적으로 전환해 나갈 것입니다. 또 긴축유지에 힘써 과소비 억제에도 적극 동참하겠습니다.<정리=신경립>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