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에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는 대형 박람회들이 경제 효과가 부풀려지거나 대기업에도 특혜를 주는 등 문제점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투자 유치를 위해 정부 차원의 박람회 지원은 필요하지만 명확한 사전 검증 없이 국가 예산을 낭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5일 지식경제부와 국회 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에 국내외 박람회 지원 예산으로 284억원가량을 책정했다.
이 가운데 국내 전시회 지원 사업 예산은 약 84억원으로 지난해(60억원)보다 24억원 증액됐다. 해외 전시회 지원에도 '2013년 인도 산업 박람회 참여 지원' 등의 예산을 포함해 총 200억원가량이 배정됐다.
하지만 일부 박람회의 경우 경제 효과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과도한 예산 지원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오는 6월 개최될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 국제무역투자박람회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GTI는 우리나라 강원도ㆍ경북ㆍ울산 등 동해안지역과 중국 동북 3성 및 내몽고, 러시아 연해주, 몽골 동부 지역이 참여해 무역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하는 동북아 지역 협의체다.
GTI 박람회는 이번에 처음 개최되는 것으로 강원도가 지난 3월 창설을 제안했다. 이 사업에는 국비 9억원, 지방비 8억2,500만원 등 총 17억여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지경부는 당초 이 사업에 1억원의 국비만 투입할 계획이었지만 정부 예산안 확정 단계에서 금액이 갑자기 크게 늘어났다.
문제는 이 박람회의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일단 GTI에는 각 국가의 경제활동 중심 지역들이 포함돼 있지 않아 기업이나 바이어를 모으기가 쉽지 않다. 동북아 지역 기업들의 경우 이미 중국의 대표적 박람회인 동북아투자무역박람회에 대거 참여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데도 강원도는 6일간 일반 참관객 100만명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가적 지원을 받은 여수엑스포가 93일간 820만명이 참관했던 것을 감안하면 GTI의 박람회의 목표는 실현 가능성이 너무 떨어진다. 정부가 통상 한 박람회에 지원하는 예산은 최대 4억원인데 경제 및 관광 효과가 모두 불확실한 생소한 박람회에 유례없는 대규모의 국가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셈이다.
해외 박람회의 경우 내년 인도 전경련(CII)이 주최하는 산업박람회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정부가 대기업에까지 과도한 예산 지원을 하고 있다.
이 박람회에는 정부 예산이 총 22억여원이 투입될 예정인데 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ㆍ포스코 등 충분한 재원이 있는 기업들에까지 행사장 임차료 등을 정부가 지원한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박람회 지원 예산이 마케팅이 어려운 중소기업을 위한 것임을 고려하면 대기업의 행사장 임차료까지 정부가 내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그러나 인도 산업박람회의 경우 박람회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대기업 지원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내년이 한ㆍ인도 수교 40주년인데다 박람회에서 인도 시장의 적극적 공략을 위해서는 대기업에 유인책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는 것. 지경부의 한 관계자는 "인도 산업박람회는 인도에 우리나라를 적극 홍보하는 시장으로 대기업이 빠져 버리면 국가의 마케팅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일반적인 해외 전시회의 경우 100% 중소기업을 중심으로만 정부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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