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계속되는 정책 헛발질 왜] 수정·보완·혼선·철회… 핵심 못찾는 백화점식 대책만 남발

구시대사고 머물러 탁상행정 거듭

굵직한 정책 혼선만 8가지 달해

공공기관 정상화 한다며 낙하산

말 따로 행동 따로에 신뢰 추락


"이번 임대시장 선진화 방안으로 월세임대인의 세부담이 늘어난다는 우려는 오해입니다. 다만 월세소득에 대한 구체적인 과세방법은 국세청에 물어보세요."(기획재정부 관계자)

"아직 입법도 안 됐는데 과세 기준을 벌써 어찌 알겠어요. 세부담에 대한 구체적 기준은 저희 소관이 아닙니다."(국세청 관계자)

정부가 최근 주택 월세소득 등에 대한 과세체계 개편을 담아 임대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 직후 주택임대인들의 세부담 문제가 불거진 데 대한 세정당국자들의 반응이다. 정책발표 후 주택시장은 세금공포로 극도의 불안상태에 빠졌지만 정책당국은 언론과 시장이 오해해 과민반응을 보인 것뿐이라며 강 건너 불 보듯 했다. 그러던 정부가 불과 일주일도 되지 않아 태도를 바꿨다.

과세 대상 등을 완화하는 내용으로 이른바 '보완대책'을 발표하면서 스스로 체면을 구긴 것이다.

정부가 주요 정책을 발표한 뒤 이처럼 중심을 못 잡고 우왕좌왕하는 것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게 됐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공식 발표를 했다가 수정·보완·혼선·철회를 거듭한 정책들은 굵직한 경우만도 8가지나 됐다. 이들 정책은 △임대시장 선진화 방안 보완 파동 △경제혁신3개년계획 혼선 해프닝 △공공기관 정상화의 낙하산 방지 허탕 논란 △개인정보 보호 관련 텔레마케터(TM) 영업 전면제한 번복 소동 △수서발 KTX로 철도파업 겪은 뒤에야 불법파업 보완대책 마련 추진 △코넥스 출범 후 불과 100여일 만에 보완대책 발표 △소득세 증세 관련 중산층 기준 수정 파동 △4·1 주택시장 정상화 대책 이후 보완책 남발 문제 등이다.

이 같은 정책 헛발질이 연달아 벌어지는 것은 정책입안자들이 정책환경 변화를 제대로 따라잡지 못한 탓이다. 우리나라의 경제구조가 고도화하면서 경제정책의 각론 하나하나에도 과거보다 한층 복잡한 이해관계가 형성됐는데 정부의 정책은 단편적인 대책들을 1차원적으로 나열하는 백화점식 정책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경제환경은 2차원, 3차원으로 넘어 4차원으로 흘러가고 '3D안경'으로도 세상을 보기 힘든데 경제관료들은 여전히 1차원적 사고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TM 영업제한 번복 소동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최근 일부 대형 금융기관들을 통해 수천만 건의 고객정보가 유출된 뒤 정부는 TM을 개인정보 보안의 주된 빈틈으로 지목하고 관련 영업을 3월까지 전면적으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TM 분야 종사자들이 대량 실직 등 생계의 위기를 겪게 되고 보험사 등도 영업에 지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점이 뒤늦게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면서 당국은 기존의 방침을 철회하고 말았다. 이에 대해 한 금융정책 당국자도 "당시 정부로서는 워낙 대규모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터지다 보니 금융보안에 주로 초점을 맞춰 대책을 짤 수밖에 없었다"며 "이로 인해 관련 업계 종사자 등의 이해관계를 지나친 점은 다소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스스로 국민불신을 초래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가 경제혁신3개년계획의 선봉으로 내세운 공공기관 정상화 같은 경우가 그렇다. 말로는 방만경영을 근절해 500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털어내겠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낙하산 인사가 이어지고 있어 개혁의지에 대한 신뢰도를 깎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말과 행동이 따로 놀고 있으니 국민의 신뢰를 받기 힘들고 정책의 추진력도 그만큼 떨어지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 3일에는 환경부와 보건복지부가 낙하산 논란이 일었던 후보자를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원장에 각각 임명했다. 환경산업기술원장에 임명된 김용주 서울디지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모 과정에서 대통령선거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다는 논란이 일었던 인물이며 장기택 신임 보건산업진흥원장은 1월 새누리당이 구성한 국민건강특별위원회 자문위원 출신이다. 이에 앞서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동서발전에 정치권 출신 인사가 상근감사위원으로 임명돼 낙하산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산하 공공기관이 많은 산업통상자원부의 경우 10곳이 넘는 임원 자리가 낙하산으로 임명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달 내놓은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서 공공기관 임원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낙하산 방지 대책을 내놓았으나 전문성 인정 등 세부사항이 애매모호해 실효성이 낮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론무마용'일 뿐 실질적인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낙하산을 원천 금지하기는 어렵고 설령 낙하산으로 임명된 자리라 하더라도 1년 뒤 업무성과를 따져 평가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스스로 수혜자가 되는 정부 입장에서는 낙하산 근절 대책을 내놓기 어렵다는 점을 자인한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