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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스페인도 구제금융] 이미 외화 차입선 다변화 했지만 유럽 은행 채권회수땐 역풍 우려

■ 국내 금융시장 영향<br>한은 휴일 긴급회의 열어 외화차입 여건 등 점검


국내 금융당국은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 소식이 전해지자 10일 긴급회의를 여는 등 유럽발 쇼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였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로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유럽 재정위기가 주변국에서 중심국으로 전이되고 있는 시그널을 보인 만큼 위기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날 오후 한국은행은 박원식 부총재 주재로 스페인 구제금융 신청 사태와 관련해 비상상황점검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국내 은행들의 외화차입 여건, 증시의 외국인투자가 동향 등에 대한 면밀한 점검 등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금융당국은 국내 은행들이 그간 유럽 지역의 차입 비중을 줄여왔고 재정위기의 진원지인 스페인과 그리스 등 위기 국가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도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차분한 대응을 강조했다. 아울러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이 금융시장을 휘감고 있는 불확실성을 다소 걷어내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자칫 유럽 은행 등이 차입회수 등에 나서는 등 글로벌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경우 국내 금융시장으로의 역풍이 불가피한 만큼 만전을 기하는 분위기다. 실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최근 "그리스 사태가 조기 진화되지 못해 스페인으로 위기가 전이되고 있다"며 "스페인은 경제 규모가 그리스의 5배로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의 정도는 예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국내 은행들은 스페인 등 유로존 국가들의 은행 부실이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면 채권회수에 나설 개연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이미 외화 차입선을 다변화해왔다.



이에 따라 국내 4대 은행의 유럽계 차입 비중은 지난해 중반 30% 선에서 올해는 20% 초반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지난 1월에는 기업은행이 호주에서 캥거루 본드를 발행하고 우리ㆍ신한ㆍ하나은행 등이 사무라이 채권 발행을 검토하는 등 아시아 지역에서 차입을 늘리는 추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유럽계 차입금의 대부분은 재정위기 국가인 피그스(PIIGS, 포르투갈ㆍ이탈리아ㆍ아일랜드ㆍ그리스ㆍ스페인)이 아닌 영국이나 독일 금융기관에서 빌린 것"이라며 "외화 유동성 사정에 별다른 문제가 없고 자금이탈 가능성도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유로존 재정위기가 불거진 후 국내 은행들이 유럽 은행으로부터의 자금차입을 줄인데다 만기 연장도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 위기가 번지고 있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에 대한 익스포저도 미미한 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유로존 4위 경제대국인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 자체가 불안정한 글로벌 금융시장을 반증하는 사례인 만큼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게 국내 금융계의 지적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조치는 유로 지역이 오는 17일 있는 그리스 선거를 앞두고 방화벽을 쌓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어떤 측면에서는 결단의 시그널로 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보다도 유럽국가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하고 그 반응이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독일 은행들이 갖고 있는 스페인 채권이 그리스의 10배에 이른다"며 "유럽위기가 퍼져나가고 있는 만큼 금융시장 점검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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