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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행정부의 公·私 혼동
입력2002-07-18 00:00:00
수정
2002.07.18 00:00:00
[LA타임스 본지특약] 공공의 위기로 번질 우려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이 엔론이나 월드컴 사태와 유사한 스캔들에 연루돼 있다는 혐의가 제기돼 백악관이 흔들리고 있다.
빌 클린턴 행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백악관은 이제 대통령직 보존이라는 대의와 현직 대통령의 자리보존이라는 근시안적인 목표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의 행보를 돌이켜볼 때 부시 행정부는 공적인 의무보다는 개인적인 집착의 길, 바로 전 행정부를 재앙으로 몰고 간 위험천만한 길을 택한 것으로 여겨진다.
혐의의 요지는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이 각각 하켄에너지와 핼리버튼의 경영진으로 재직했을 당시의 재무 거래다.
이들이 내부자 거래와 미심쩍은 사적 대출, 사기 거래 등을 저질렀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백악관은 이 같은 사적인 부정행위 혐의에 대해 전직원을 동원한 반박 활동을 벌임으로써 클린턴 전 행정부와 같은 곤궁에 빠져들고 있다.
대통령이 사적, 공적인 문제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국가 관리들 사이에 위험한 혼란을 낳는다. 클린턴 행정부가 그랬듯이 대통령의 사적인 문제에 백악관 직원들이 관여할 경우 때로 사소한 사적 스캔들이 엄청난 공공의 위기로 비화될 수도 있다.
클린턴 집권 하에서 백악관 직원들은 날마다 비평가들을 공격하는 내용의 팩스를 보내는 등 언론이나 정치 캠페인 조정에 앞장서 대통령 부부의 사적인 소송 문제에 깊게 관여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클린턴 대통령의 전 백악관 변호인인 버니 누스바움은 그가 대변해야 하는 대통령의 공사(公私) 문제를 가리지 못했다는 비난에 부딪쳐 자리에서 물러났다.
법정은 백악관에 대한 판결에서 공사 혼동을 언급했으며, 대통령직을 감안한 특혜 요청도 개인과 공인으로서의 자격 혼동을 이유로 기각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터져 나온 스캔들에 대해 부시 행정부는 지극히 '클린턴식' 대응을 하고 있다.
아리 플레이셔 백악관 대변인 등은 한 시민으로서의 대통령 행적에 대한 방어에 나섰고, 백악관이 '사적인 회계사들 및 변호단'에게 자문을 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백악관은 심지어 관계자들에게 '하켄에너지에 관련된 질문을 받을 경우'라는 제목의 모범 답안을 팩스로 보내는 등 대응에 나섰다.
플레이셔 대변인은 또 자신의 공적 사무실을 통해 아직 판결도 나지 않은 체니 부통령에 대한 혐의가 "아무런 득이 없는 것"이라고 선언, 다른 직원들이 이를 언론에 브리핑하기도 했다.
사적인 스캔들이 터지면 관료들은 자신들이 대통령직을 위해 일을 하는지, 아니면 대통령 개인을 위해 일을 하는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 곤경에 처했지만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기란 관료들에게 가장 어려운 원칙의 시험대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인 위기에 처한 대통령을 보호하려는 자연스런 욕구에 따른다면 스캔들을 한층 심화 시키는 것은 물론 관직이 반목과 타협의 바다로 표류해 버릴 수도 있다.
사람이 아닌 법에 근거하는 시스템 하에서 이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관료들은 공적인 임무를 띤 사람들이며, 수행해야 할 공무는 그렇지 않아도 산적해 있다.
공적 의무와 사적 의무가 모호해진데는 백악관 변호인인 알베르토 곤잘레스의 책임이 크다.
그는 공ㆍ사의 사안들 사이에 명백한 경계선을 그을 책임이 있다. 대통령직과 개인으로서의 대통령의 이해관계가 상충될 경우에 백악관 변호인은 대통령직을 보호해야 한다.
공적인 인력을 활용하는 대신 개인적으로 변호인을 고용해줄 것을 대통령과 부통령에게 요구하는 것이 싫어도 해야 할 그의 의무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플레이셔 대변인은 개인적인 잘못과 관련된 조사 및 소송의 시비에 관한 공식적인 언급을 피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다고 아예 침묵해서는 안 된다. 대변인은 대통령이나 부통령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음을 알리고, 이들의 사적 변호인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플레이셔 대변인은 9ㆍ11 테러 사태 후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행할 지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이것이야말로 앞으로 백악관 직원들에게 던져줄 수 있는 적절한 조언이 아닐 수 없다.
조나단 털리 (조지워싱턴 법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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