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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기업/기아차] 타임머신
입력1999-10-17 00:00:00
수정
1999.10.17 00:00:00
최원정 기자
李전무는 지금으로부터 꼭 6년전 「카렌스」 등을 개발, 기아자동차를 RV왕국으로 만든 장본인. 하지만 RV가 70% 남짓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자동차 문화를 송두리째 바꿔놓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RV가 이처럼 대표적인 차종으로 떠오른 이유는 이름의 뜻 그대로 다목적이기 때문. 9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RV는 「주중에는 출퇴근용·주말에는 레저용」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소비자를 유혹했다. 하지만 2000년을 넘어서면서 RV의 용도는 영토 확장의 한계를 모른 채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2005년의 히트 RV는 기아차가 내놓은 「카오피스」. 이동사무실 기능까지 갖춘 「카오피스」는 없어서 못팔 정도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李전무도 이같은 변화 덕택에 별도의 사무실을 갖고 있지 않다. 집 아니면 차안에서 모든 일을 처리한다.
李전무는 이날 9시 정각에 기아 개발본부의 임원들과 젊은층을 겨냥해 개발에 들어간 「스포츠 RV 제트」에 대한 화상회의를 가졌다. 차안에 설치된 무선 종합 통신시스템은 인공위성을 통해 전달된 이들의 모습과 음성을 앞 유리창의 가상화면으로 전달했다. 이 회의가 끝나자 실시간으로 날아든 동영상 메일을 점검하고 곧바로 지시상황을 동영상 메일로 보냈다. 미국 LA에 있는 기술담당 金부장은 영상자료와 함께 「스포츠 RV 제트」는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해상스포츠 매니아를 대상으로 개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안을 보내왔다. 李전무는 이에 대한 업무지시로 차 뒷 부분이 물에 완전히 잠겨도 차량에 아무 문제가 없도록 제작하고 차에 싣고 있던 제트스키를 물에 곧바로 띄울 수 있는 기능을 곁들이라고 조언했다.
차안에서 오토키친센터가 만들어낸 요리로 점심을 떼운 李전무는 수목원 휴식에 들어갔다. 가상시스템에 수목원을 명령하자 자동차 시트가 안락의자 형태로 바뀌면서 차유리를 포함한 내부는 온통 가상 수목원의 모습을 드러냈다. 새소리도 들리고 상큼한 공기도 주입돼 李전무는 영락없이 광릉 수목원에 앉아있는 착각에 빠졌다. 그는 주말이면 가족들과 함께 요즘 재미를 붙인 낚시떠를 찾는다. 그리고 수시로 종합 통신시스템을 통해 전달되는 업무보고내용을 점검하곤 한다.
최원정기자BAOBOB@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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