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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금융산업] <4> 서민금융, 길을 묻다

[리빌딩 파이낸스] <br>정권 치적 쌓기 벗어나 '서민은행' 항구적 시스템 만들어야


금융사 팔 비틀어 반강제로 시작… 임기 말엔 지원 줄어 레임덕 일쑤
부실·비리로 한계 봉착 저축은행 지역밀착형 지방은행화 추진 필요
새희망홀씨·햇살론 등 중복 상품 통합·차별화 함께 안정적 지원을


국내 금융시장에서 '서민금융'이라는 용어는 그리 낯이 익지 않다.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금융은 기업이 생산물을 만들어내는 마중물 역할을 했지만 정작 급전이 필요한 서민에게는 구휼보다는 고리의 대출자쯤으로 치부됐다.

그나마 서민금융이 시장에 자리를 잡은 것은 IMF 외환위기와 지난 2000년대 초반 카드 사태가 기점이었다. 경제위기라는 특수한 상황과 여기서 파생된 신용대란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 주도로 서민금융지원제도와 시장이 열리게 된 셈이다.

하지만 이는 거꾸로 서민금융을 일시적이고 왜곡된 틀 속에 가두는 역설적 상황을 만들어 냈다. 부실 가능성이 높은 서민금융의 특성상 금융회사들은 나서기를 꺼려했고, 결국 정부가 반강제적으로 팔을 비틀어 돈줄기를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국내 서민금융지원제도는 정권의 치적 쌓기용 전시행정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현 정권 들어서도 햇살론 등 서민상품들이 나왔지만 정권 말이 될수록 지원 의지가 줄어 서민금융도 '레임덕'에 빠지고 있다는 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특히 대표적 서민금융기관으로 꼽히며 '서민금융의 꽃'으로 불리던 저축은행은 연이은 부실과 영업정지, 여기에 각종 비리까지 맞물리면서 한계에 봉착하고 말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중소 서민금융의 활성화를 위해 지금이라도 서민금융의 새로운 틀을 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금융지주계 저축은행, 서민금융의 방향 제시해야=지난해부터 세 차례에 걸친 구조조정으로 20개 저축은행이 퇴출됐다. 이중 10개는 우리(삼화), 신한(토마토), KB(제일1), 하나(제일2ㆍ에이스), BS(프라임ㆍ파랑새) 등이 인수했고 최근에는 솔로몬과 한국저축은행을 각각 우리와 하나금융이 손에 쥐었다. 물론 지주들이 나선 데는 당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지주계 저축은행들의 등장으로 투명성이 제고되고 '10%대 중금리 상품'을 출시, 서민금융의 새로운 롤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아직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지주계 저축은행들의 대출은 인수 이후 적게는 600억원에서 많게는 1,700억원 가까이 급감했다. 10%대 중금리 상품을 통해 서민의 새로운 버팀목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했지만 아직은 성에 차지 않는다. 금융지주사의 한 관계자는 "인수한 저축은행의 부실규모가 예상보다 커 정상영업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은 이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금융지주계 저축은행들이 꾸준히 요구해왔던 은행 창구와의 연계영업을 허용하기로 했지만 완벽한 당근책이라고 볼 수는 없다. 지주계 저축은행이 서민금융의 롤모델이 될 수 있는 보다 체계적인 틀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얘기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중장기적으로 '서민을 위한 금융회사'라는 본래 취지에 맞게 지역밀착형 지방은행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민금융지원제도, 차별화와 통합만이 살길=현재 서민금융 시스템을 보면 시중 금융권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저신용자나 저소득층을 위해 소액신용대출 상품이나 바꿔드림론과 같은 전환대출 상품이 지원되고 있다. 햇살론과 새희망홀씨대출ㆍ미소금융은 현 정부가 치적으로 내세우는 서민상품이다. 이들 상품은 신용공급 확대를 통한 부담 경감과 서민대상 신용대출시장 조성의 기반 확보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은행(새희망홀씨대출)이나 농협 등의 상호금융(햇살론)이 저신용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시장에 뛰어드는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서민금융상품의 지원 주체가 제 각각이고 범정부적인 컨트롤타워 역시 부재해 지원 대상이나 내용이 중복되는 비효율성은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새희망홀씨대출 지원 대상은 5등급 이하나 연소득 3,00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으로 햇살론(6등급 이하, 연소득 2,600만원 이하)과 지원 대상이 대부분 겹친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들이 '전년도 영업이익의 10%'라는 새희망홀씨의 목표액을 채우기 위해 매년 연말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때마다 햇살론의 대출수요가 감소하는 현상이 빚어졌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유사한 성격의 선심성 서민금융상품이 난립하며 본래 취지보다는 할당량 채우기 등 실적관리에만 급급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귀띔했다.

무엇보다 이들 3대 서민상품이 내년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지속될지에 대한 의구심이 높다. 이건범 한신대 교수는 "우량고객을 중심으로 영업을 하는 은행의 거래 패턴상 서민대출상품이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전시사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민상품을 위한 대안으로 전문가들은 상품별 차별화를 제시하고 있다. 서민금융시장에서 영세 자영업 관련 수요와 저신용 계층의 단기자금 수요가 혼재해 있어 차별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기존 서민상품 중 지원내용이 겹치는 상품을 일부 통합하고 미소금융 등과 함께 영세 자영업자 지원에 특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저신용 계층에 대한 단기대출은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ㆍ캐피털사 등의 경쟁촉진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외부 환경변화에 관계없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사업구조 확립을 위해 안정적인 재정지원 및 민관의 효율적인 역할분담도 필요하다.

금융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부는 서민금융을 위한 자금조달 및 대출 관련 인프라 지원에 집중하고 대출 취급기관은 상품설계 및 대상자 선정, 사후관리를 전담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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