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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말까지 어떤 식으로든 정리가 될 것처럼 보였던 IPTV 관련 법안이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 방송계와 통신계 간 구역 다툼으로 다시 표류될 위기에 처했다. 시장에는 해외에서는 IPTV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데 우리만 뒤로 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다시 감돌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은 관련 법안이 올해를 넘길 경우 IPTV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지난 9월12일부터 ‘IPTV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기획을 7회에 걸쳐 다뤘고 이제 못다 한 얘기를 직접 글로벌 현장을 발로 뛴 취재기자들의 입을 통해 들어보려 한다. 방담은 11일 서울 충무로 서울경제신문 본사 회의실에서 6명의 기자가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편집자주 ▦송영규 차장대우(사회)=IPTV 법안이 아직도 표류하고 있습니다. 방송계와 통신계가 입장차이를 좀처럼 줄이지 못해 일어나는 일이지만 너무 오래 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번에 해외 IPTV 현장을 다녀왔는데 현지에서는 이런 한국 실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던가요. 제가 다녀왔던 홍콩이나 일본에서는 한국의 IT기술에 대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도 IPTV가 실시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들이었습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정부가 업계의 이해관계에 끌려 IPTV를 어떻게 정의 내릴지 여부조차 확정짓지 못한 것에는 ‘직무유기’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질책했습니다. 정부라면 당연히 소비자의 입장에서 봐야 하고 그렇다면 IPTV를 정의 내리는 게 대단한 게 아니라는 것으로 해석되는데요. ▦최광 기자=프랑스 통신위원회에서도 IPTV 기술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입법 문제로 쉽게 해결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올해 대선 이후에나 결론이 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에는 깜짝 놀랐습니다. 프랑스 통신위원회는 한국 IPTV의 입법화 문제점을 업계 간의 갈등은 물론 정부기관 특히 정통부와 방송위원회의 갈등으로 보고 있더라고요. ▦사회=하지만 법안이 일찍 마련됐지만 IPTV 산업이 예상만큼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지 않은데요. 몇몇 국가에서는 케이블TV에 밀려 거의 맥을 못 추고 있던데요. ▦이상훈 기자=IPTV 서비스가 시작은 됐지만 대세로 자리매김하기는 당분간 힘들지 않을까 합니다. 미국의 경우 세계 최고의 케이블TV 강국이기 때문에 IPTV가 그 자리를 파고 들기가 쉽지 않아요. 케이블업계에선 “IPTV는 위성에 이은 또 다른(another) 방송 서비스일 뿐”이라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다만 IPTV가 들어옴으로 인해 벌어질 가격경쟁력 싸움에는 경계심을 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권경희 기자=네덜란드에서도 IPTV를 케이블방송의 하나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통신업계가 IPTV 기술을 이용해 시장을 공략하고는 있지만 굳이 IPTV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네덜란드인들은 IPTV 서비스 업체들이 케이블TV의 후발주자로 저렴한 가격에 좋은 성능을 가진 또 하나의 ‘케이블TV’로 여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기 방송이 나오지 않아 아직까지 시장 장악이 크지 않은 상태입니다. ▦사회=이번 취재를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IPTV의 도입 효과가 소비자들에게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나타났다는 점인데요. 이동전화와 통신요금 인하뿐만 아니라 TV 품질 개선, 채널 확대 등과 같은 형태로 나타나면서 갈수록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게 눈에 띄었습니다. 특히 서비스 경쟁이 요금경쟁으로 확산되는 모습은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IPTV를 하는 업체들이 대부분 거대 통신업체 또는 케이블업체이다 보니 IPTV를 이동통신 경쟁, 또는 채널경쟁의 부산물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해외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시사점은 뭘까요. ▦이 기자=일단 도입 자체에 있어서는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이미 성공한 상태입니다. 각국마다 상황이 다른 만큼 규제 수준은 각기 달랐지만 분명한 것은 새로운 서비스 도입을 두고 정부나 기타 경쟁업체가 아예 진입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모습은 찾기 힘들어요. 또 제대로 된 경쟁구도가 탄생했다는 점, 그 경쟁 속에서 각자 질 좋은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최 기자=프랑스는 규제기구의 통합이나 분리가 IPTV의 전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해줬어요. 프랑스도 우리나라처럼 방송과 통신의 규제가 분리돼 있는 나라죠. 필요에 따라서 두 규제당국이 협의채널을 만들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네트워크 문제와 내용문제를 철저히 분리해서 생각합니다. 또한 IPTV를 통해 이뤄진 요금경쟁으로 프랑스가 유럽에서 가장 싼 인터넷 요금을 내는 국가가 된 것도 주목해야 합니다. ▦사회=취재 과정에서 문제점 같은 것은 없었나요.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통신과 방송이 극한 대립을 한다든가, 아니면 독점 문제라든가…. ▦권 기자=사실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저작권 문제를 어떻게 할지, 앞으로 망 개방의 문제는 어떤 방향으로 갈지 확실하게 정해진 게 없어요. 망 비용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입니다. 일본의 예를 들면 저작권 문제는 단지 프로그램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라 출연하는 배우나 아나운서 개개인에게까지 적용되기 때문에 매우 까다롭습니다. 일본에서 IPTV가 힘을 못 쓰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죠. ▦임지훈 기자=케이블TV와 마찬가지로 아직까지 콘텐츠 경쟁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IPTV의 장점인 ‘양방향성’을 잘 살릴 수 있는 차별화된 콘텐츠의 개발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콘텐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UCC도 음란, 폭력, 저작권 침해 등 문제점들을 야기하고 있어 이에 대한 새로운 규제 원칙을 마련하는 일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황정원 기자=근본적으로 과연 IPTV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감내할 만한 체력을 갖췄는지에 대한 문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천억원의 막대한 투자를 감행하고도 기존 케이블과 별 차별 없는 서비스에 그칠 경우, 또는 초기 가입자 확보를 위해 물량 공세를 쏟아부어 가뜩이나 왜곡된 국내 유료방송시장을 더욱 어그러트릴 우려도 있습니다. 그렇게 될 경우 IPTV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공산이 큽니다. ▦사회= 미국이나 프랑스 등은 IPTV를 이미 몇 년 동안 운영해온 국가들인 만큼 어느 정도 법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자리를 잡았을 텐데요. 거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건 없을까요. ▦최 기자=프랑스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프랑스도 IPTV를 경쟁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도입했습니다. 국내 통신시장도 충분히 경쟁적인 상황이지만 어느 정도 시장 구도가 정착되면서 경쟁양상이 서비스 경쟁이 아니라 가입자 빼오기 경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IPTV는 서비스 경쟁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황 기자=무엇보다 ‘소비자의 관점’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최근 국회에서 상당히 진척된 것처럼 보였던 통방융합 관련법들이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의 갈등 때문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갔다고 합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진정 소비자들이 IPTV를 바라볼 때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생각했으면 합니다. 서비스 지연은 곧 소비자들의 이익이 침해되는 것이며 나아가 국가경쟁력도 퇴보하게 만듭니다. ▦권 기자=우선 정부와 국회의 소모전은 당장 해결해야 합니다. 서로의 영역 다툼을 위해, 정치권과 정부의 알력 다툼 때문에 새로운 서비스 출현이 지연되고 이중규제로 산업이 신음해선 안 됩니다. 해외에선 서비스 도입 초기에 통신사와 방송사 모두 어떠한 전략을 폈고 정책을 이행했는지에 대한 벤치마킹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회=IPTV 법안을 연내 어떤 형태로든 일단락짓기 위한 시한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기간 동안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는 어떤 게 있을까요. ▦임 기자=케이블업계는 특정 사업이 시작되기도 전에 악영향만을 생각하며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케이블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KT의 지배력 전이이지만 방송에 대한 노하우가 앞서는 케이블업계가 이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지금까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반증일 뿐입니다. 보다 자신감을 가졌으면 합니다. 통신업계도 지배력 전이 문제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원가 수준에서 망 개방을 하거나 케이블 사업자들에게 재판매를 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이 기자=‘공짜 점심’은 없습니다. 해외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IPTV는 분명 방송 서비스입니다. 그걸 부정하면서 기존의 방송규제보다 훨씬 덜한 규제를 자신들만 받겠다고 주장하는 편협함은 반드시 버려야 할 것입니다. 케이블이 지역독점 특권을 가졌다고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 지역 밖에서는 아예 사업을 할 기회를 원천 봉쇄당하기도 했습니다. 케이블로서는 규모의 경제를 일으킬 수 없는 근본적인 한계를 지녔던 셈이지요. 단순히 지역독점 특권을 버리라고 할 게 아니라 이번 기회로 본격적인 방송시장 경쟁에 나서는 만큼 IPTV에 걸맞게 규제 해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타협은 주고받는 것이지 일방적인 것은 없습니다. IPTV를 둘러싼 논란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해요. 이제는 서로 한발씩 물러나 사안을 객관적으로 보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장시간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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