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불황에 허덕이는 조선사들이 최근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한국남동발전 등 5개 발전사 협력체인 발전회사협력본부가 유연탄 운송을 위해 9척을 발주하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곧 시행될 용역입찰 규모는 5,000억원에 이른다.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이번 입찰은 7척으로 예정했다가 조선ㆍ해운사들에 도움을 주고 일자리를 만든다는 취지로 9척으로 늘렸다. 입찰 참여자격도 국내 업체로 제한했다. 본부 측은 불황의 보릿고개를 넘기에 모자라도 위기를 돌파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입찰은 과거 위기국면에서 정부 주도로 이뤄진 이른바 '계획발주'와 비슷하다. 전문가들은 조선과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등에서 이 같은 계획발주를 시작으로 대규모 부양의 길을 뚫고 여기에 넘치는 민간자본을 끌어 들이는 새로운 형태의 '코리안 뉴딜'을 시급히 단행할 것을 주문했다.
대량의 지하수를 퍼 올리기 위해 펌프에 붓는 한 바가지의 물(마중물)처럼 가용예산을 고용창출 산업에 집중 투입하고 규제를 확 풀어 민간투자를 끌어낸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 전방위 재정투입을 통해 정부 주도로 경기회복을 이끌던 전통적 뉴딜 정책과 다르다. 새로운 뉴딜에서 재정은 민간투자를 이끌어내는 인센티브 수준으로 한정된다. 재정에 민간자본이 매칭 형태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민관복합의 부양 방식이다.
현재 시중에는 넘치는 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해 떠돌고 있다. 지난 3월 말 현재 45개 기업집단의 사내유보금은 313조원에 달한다. 한해 재정지출 규모와 맞먹는 돈이 고여 있다. 이 중 일부만이라도 끌어낸다면 추가경정예산에 버금가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은행도 마찬가지다. 불안 속에 예금은 계속 늘지만 대출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광의의 통화(M2)는 1,824조원대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상당액은 은행에 유입된 뒤 투자자금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들에게 새 뉴딜에 참여하도록 파이프라인(정부 보증)만 연결해주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지금 최대 이슈는 민간투자를 이끌어내 성장 잠재력 하락을 막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재정의 역할을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고, 특히 기업의 투자심리를 이끌어내는 데 방향을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새 뉴딜은 재원투입에서 전통 뉴딜과 차별화해야 한다"며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문화ㆍ레저ㆍ의료서비스 산업에 비중을 두고 제조업은 조선 등에 집중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