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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와 차한잔] 이규상 넥센타이어 사장

"투명경영해야 회사 장기발전 가능" >>관련기사 원칙·룰 밑바탕 스피드 경영 지난 99년 6월10일 아침, 한미은행의 여신관리를 총괄하던 미저리언 당시 부행장실. 이규상(54) 넥센타이어 사장이 상기된 얼굴로 들어섰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생각에 부인도 대동했다. 넥센타이어가 법정관리에서 졸업하기 위해서는 500억원의 여신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어렵게 성사된 그 만남에서는 이 사장의 번득이는 기지가 주효했다. 그 전날 그는 세번이나 미저리언 부행장과 연결해달라고 전화를 했으나 비서에게 번번이 거절당하자 메시지에 이런 말을 남겨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당신을 만나려는 이유는 당신이 500억원을 빌려줄지를 판단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돈을 빌릴지 말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다." 그뒤 30분 만에 연락이 왔고, 약속도 다음날로 정해버렸다. 미저리언 부행장은 이 사장을 만나자마자 "타이어는 자동차 연관 산업이다. 차 업체가 사상최대의 불황인데 어떻게 할 셈이냐." "또 공해산업인데다 임금상승률이 높아 동남아 등으로 옮겨야 하지 않느냐"는 등의 곤란한 질문을 던져왔다. 이 사장은 즉각 "요즘은 소비자들이 돈이 없어 자동차는 못 사고 타이어만 바꾼다. 실제로 매출도 늘고 있다." "던롭의 역사가 130여년이지만 아직도 생산기지는 미국에 있다. 타이어는 기후 때문에 북위 30~45도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산업"이라고 응수했다. 마지막으로 "타이어는 언젠가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으로 본다"는 말에 이 사장은 "당신이 돈을 100년간 빌려준다면 대답하겠다. 하지만 나는 6개월 만에 갚을 자신이 있다"고 반박했다. 부행장이 대답을 못하자 그는 "나사(NASA)의 콜롬비아호도 달에 갈 때는 로켓에 의존하더니 착륙할 때는 바퀴더라"고 쐐기를 박았다. 다음날 그는 500억원을 대출받아 채권단에 돈을 다 갚아버렸다. 법정관리의 의미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현재 넥센타이어의 경상이익률은 무려 15%. 세계 75개 타이어사 가운데 수익성이 가장 높다. 올 1월 인수한 부산방송도 경상이익률이 25% 수준으로 국내 민방사 중 최고다. 자연히 99년 6.837%였던 부채비율은 올 상반기 기준으로 71.3%로 낮아졌다. 매출도 99년 1,805억원에서 2000년 2,063억원, 2001년 2,405억원 등 해마다 15% 가까이 늘어났으며 올해도 2,850억원을 목표로 하는 등 매년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하지만 넥센타이어는 42년 흥아타이어로 설립된 뒤 경영난으로 원풍산업ㆍ우성그룹 등에 잇달아 인수됐다 결국 96년 부도 처리된 아픔을 갖고 있다. 넥센타이어에 '환골탈태형 기업' '사양 속 성장형 기업' '투명기업' 등의 수식어가 붙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그 중심에는 '구조조정의 마술사'로 불리는 이 사장이 자리잡고 있다. 그는 99년 넥센타이어 전신인 우성타이어의 법정관리인으로 이 회사와 인연을 맺은 뒤 구조조정 및 인수ㆍ합병(M&A)의 모범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비결에 대해 이 사장은 "유연하면서도 신속함"이라고 얘기했다. 코끼리가 밀림의 왕자가 아닌 것처럼 글로벌 경제 시대에는 덩치만 크고 속도가 느린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 법정관리인으로서 그가 먼저 한 일은 '재무제표의 투명화'. 그는 매출확대나 설비투자 등 무분별한 '덩치키우기' 대신 '재정의 월드베스트'를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단 한명의 영업사원이라도 일정한 실적만 올리면 영업소로 승격시켰으며 생산에서는 고품질의 신상품을 만드는 데 힘을 기울였고 전직원이 재무제표를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즉 영업ㆍ생산ㆍ재무ㆍ기술 등 전부문의 가치를 고루 키워 수익성 및 경쟁력 확보를 이뤄내면서도 정리해고는 최소화했다. 이 사장은 "진정한 구조조정의 목표는 결국 기업가치 증대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부채ㆍ주식 스와핑, 출자전환, 경영권 보호를 위한 우선주 발행, 투자자에 대한 회사채 발행 등 현재 구조조정에 쓰이는 거의 모든 수법을 동원했다. 특히 강조한 게 투명경영. 여기에는 불투명한 회계처리로 결국 부도에 이르렀던 넥센타이어에 대한 반성이 배어 있다. 그는 "투명경영은 주주 등을 의식한 게 아니라 결국 회사를 위한 것"이라며 "재무제표에 잘못된 것을 즉시 발견할 수 있어야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과 투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넥센타이어가 12월 결산 상장사 중에서 3년 연속 가장 먼저 주총을 실시하고 분기별은 물론 매월 실적을 발표하는 것도 이 때문. 이에 힘입어 지난해 증권거래소 상장사 중 24대 투명경영 우수기업에 뽑혔으며 한국회계학회에 의해 제2회 투명회계대상 기업으로 선정됐다. 이 사장은 또 현재 25명인 장애인 근로자를 75명으로 늘리고 직장ㆍ조장 등 작업집중력이 높은 분야에 배치하는 등 '인화(人和)경영'에도 힘쓰고 있다. 그는 "장애인들의 집중력과 근면성은 정상인보다 우월하다"며 "누구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균등하게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앞으로 '제2단계 구조조정'에 들어갈 방침이다. 지금까지의 과정이 노사ㆍ재무ㆍ생산안정의 단계였다면 앞으로는 과감한 설비투자 등을 통해 비경쟁력 사업 부문을 경쟁력 있는 사업 부문으로 전환시키고 현재 28위인 생산ㆍ판매능력을 내년에는 20위권 앞쪽으로 끌어올린다는 것. 이를 위해 오는 10월 초고성능 타이어인 UHP 타이어를 출시하는 등 6개월에 새 모델을 하나씩 발표, 승부를 걸 계획이다. 또 타이어 산업의 특성상 수출비중이 높은 만큼 유연한 영업과 시장조정전략을 확립하고 달러ㆍ유럽 결제 비중을 수시로 다각화하는 등 환관리 시스템도 강화하기로 했다. ◇ 약력 ▦48년 충주 생 ▦76년 고려대 경제학과 졸 ▦98년 흥아타이어 사장 ▦98년 부산은행 사외이사 ▦99년 우성타이어 법정관리인 ▦01년 납세자의 날 산업포장 수상 최형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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