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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피해보상 수십兆 필요할것"

농수산업·교육·법률 등 취약분야 타격 커<br>체결땐 통상마찰 완화된다는 환상 버려야<br>협상의제 면밀히 재검토·피해대책 세워야

17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한미 FTA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주제 세미나에서 한덕수(왼쪽) 경제부총리가 참석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한미 FTA의 신중한 추진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연합뉴스

17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민간추진위원회가 개최한 ‘한미 FTA의 국내경제영향’ 세미나에서 FTA로 인한 피해가 예상보다 클 수 있고, 특히 통상마찰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잘못됐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됐다.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한미 FTA를 통해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재점검할 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피해 수십조원 이를 수도=최태욱 한림대 교수는 “FTA 피해 보상을 위해 정부가 내년부터 10년간 2조8,000억원을 책정했으나 턱없이 부족하다”며 “이보다 훨씬 많은 수십조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서비스 부문 피해는 (보상에서) 아예 제외돼 있다”며 “무역조정지원법이 의원입법으로 발의될 때 40조원대의 예산이 제시됐다”고 덧붙였다. 한두봉 고려대 교수는 “2조8,000억원의 보상 예산은 기업과 근로자가 주대상”이라며 “가장 피해가 클 농업 부문은 사실상 제외돼 있다”고 말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도 “한ㆍ칠레 FTA의 농업 부문 보상액만 1조2,000억원 이상”이라며 “한미 FTA 보상액은 훨씬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회를 맡은 무역연구소 현오석 소장은 “피해보상 예산이 예상보다 미미하다는 지적은 정부가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했으며 한 토론자는 “수십조원의 국민세금이 필요하다면 한미 FTA를 안하는 것도 정부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피해보상 규모가 훨씬 늘어날 가능성은 검토해보겠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안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FTA로 통상마찰 사라질까=사회자로 나선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FTA가 체결되면 통상문제가 없어진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한 교수도 “한미 FTA 체결시 통상장벽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는 잘못된 것”이라며 “미국은 멕시코와 나프타 체결 이후 반덤핑 제소가 29% 증가했고 양자간 FTA를 체결한 캐나다에 대해서도 18%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나아가 한미 FTA에 따른 경제적 이익이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전제한 뒤 “FTA의 목적을 한미동맹관계에 둘 것인지, (아니면) 경제적 이해를 우선에 둘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만약 경제적 이해를 우선에 둔다면 내년 3월 말 이전으로 협상타결 시한을 정하고 있는 것은 잘못된 것이며 협상의제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동차ㆍ섬유 등 제조업 수혜 적다=단일품목으로 대미 최대수출품목인 자동차 산업은 예상만큼 수혜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나타났다. 권영민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미국 공장설립으로 자동차 산업은 현지화가 확대된 상태고 수입관세(2.5%) 철폐 효과도 적다”며 “수출증대 효과는 미미한 반면 미국차와 미국 내 일본차의 수입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 섬유와 관련해서 염규배 섬유산업협회 팀장은 “섬유산업의 대미수출 비중이 2.5% 수준이어서 큰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농업ㆍ수산업 피해는 눈덩이=농업은 지금까지 발표된 국내 피해추정액 중 최대치인 7조7,000억원이 제시됐다. 한두봉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쌀 개방을 포함해 피해액을 추정해야 올바른 협상전략을 짤 수 있음에도 국책연구원이 이를 제외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쌀 관세가 50% 줄어들면 총 농업소득 감소액은 5조4,115억원, 모든 농축산물의 관세가 철폐되면 7조6,932억원으로 피해액이 늘어난다”고 밝혔다. 수산업계도 농업계 못지않은 피해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광남 한국수산회 연구위원은 “수산업은 농업만큼 큰 피해가 예상되는 데 관심은 크게 부족하다”며 “농업 분야 이상의 피해대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교육 및 법률서비스=교육 개방의 가속화는 지방대학에 치명타를 입힐 것으로 전망됐다. 송영식 한국대학법인협의회 사무총장은 “미국 유수대학이 FTA로 한국 내 분교 설치, 합작, 학생 유치기관설치 등에 나설 것”이라며 “미국 유수 대학과의 경쟁에서 지방 낙후대학은 상대가 되기 어려워 피해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법률시장 역시 한미 FTA의 소비자 후생효과가 낮았다. 법률 분야의 한미 FTA 쟁점을 “외국 로펌의 한국 변호사 고용과 합작 허용 여부”로 전제한 황보영 대한변협 국제이사는 “국제업무의 고용ㆍ합작이 허용되지 않으면 미국 로펌과 경쟁은 심화되겠지만 변호사 비용 인하 가능성은 작고 허용되면 오히려 비용이 인상될 가능성이 있고 변호사 고용증대 효과도 제한적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미FTA 속도논쟁도 치열
"점진·단계적 추진해야" "대안은 있나"

이날 세미나에서는 한미 FTA 추진에 대한 속도논쟁도 치열하게 전개됐다. 최태욱 한림대 교수는 "한미 FTA 반대론자들과 신중론자들은 개방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게 아니라 왜 지금 급하게 FTA를 체결하느냐, 그 순서와 속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아니더라도 덜 위험한 체결대상국이 있고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도 할 수도 있는데 왜 지금 그렇게 급하게 경제통합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미 FTA로 인해 미국의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데 미국의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경향이나 멕시코의 전례를 봤을 때 늘어나더라도 직접투자보다는 주식시장에서 단기차익을 노리거나 인수합병(M&A)을 통한 시세차익을 노리는 포트폴리오성 투자가 대부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어떤 나라와 FTA를 먼저 체결하느냐라는 순서의 문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수준으로 체결하느냐가 문제"라며 "준비를 더 해야 한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가 적절한 준비인지도 잘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한미 FTA를 놓고 나라를 다 내주는 을사늑약이라는 얘기부터 신미양요처럼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 기회라는 얘기까지 다양한 비유가 있다"며 "하지만 한미 FTA를 하지 않았을 때 우리에게 과연 대안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제민 연세대 교수는 이 문제에 대해 "우리나라가 한미 FTA를 하겠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이스라엘과 같은 국가가 되겠다는 정치적인 선언"이라며 "무리를 해 지나치게 빨리 추진하기보다는 연금이나 규제개혁, 사회보장제도 확충 등의 대내적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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