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서브프라임 모기지 여파로 주식시장의 약세가 지속되자 지난해 증시 활황으로 주식시장에 몰렸던 자금들이 다시 이탈하기 시작하면서 자금의 단기 부동화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증시로의 자금이탈로 돈가뭄에 시달리던 은행들은 올 들어 정기예금을 중심으로 연어떼처럼 몰려드는 자금에 희색이 만연하다. 27일 한국은행 등 금융감독 당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1일까지 저축성 예금으로 회귀한 돈의 규모는 9조2,765억원에 이른다. 대표적인 단기 금융상품으로 꼽히는 머니마켓펀드(MMF)도 자금홍수에 때 아닌 반색이다. MMF 역시 올 들어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1일부터 21일까지 총 7조321억원이 몰렸다. MMF와 저축성 예금에만 올 들어 몰린 돈이 16조원을 넘는 셈이다. 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은 금융시장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증시 약세로 시중에서 떠돌며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경매시장으로 유입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 이달 14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실시된 구로구 오류동 오피스텔 59실 통경매에 무려 1,320명이 입찰했다. 통경매로 자금부담이 큰데도 불구하고 이날 경매장은 북새통을 이루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MMF 등 단기 금융상품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시중자금의 부동화 현상이 다시 나타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한달간 MMF에서는 5조8,655억원, 저축성 예금에서는 총 4,302억원이 빠지는 등 단기 금융상품에서의 자금이탈 현상이 지난 연말까지 지속됐었다. 이에 따라 단기 수신 비중 역시 지난해 9월 50.1%에서 12월 48.3%로 하락하면서 우리 금융시장의 골칫거리였던 시중자금의 단기 부동화가 해소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낳았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지난해 주식시장 호황 등으로 증시로의 자금이동이 늘면서 시중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이 해소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낳았는데 올 들어 증시 폭락과 시중자금의 증시 이탈로 이 같은 전망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시 불안에 따라 자금이 이탈하면서 상대적으로 채권에 대한 투자선호가 높아져 올 들어 금리인하 흐름을 낳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말 5.74%이던 국고채 3년 만기 금리는 올 들어 이달 22일 5.30%로 0.44%포인트 하락했고 같은 기간 회사채 3년 만기 금리도 6.77%에서 6.53%로 0.24%포인트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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