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가 좀처럼 돈을 쓰지 않고 있다. 지난 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잉여자금이 30조원에 육박했다.
25일 한국은행의 '2·4분기 중 자금순환(잠정)'을 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잉여자금 규모는 29조6,000억원으로 전 분기(25조 3,000억원)보다 4조3,000억원 불었다. 통계 개편으로 비교 대상 자료가 남아있는 지난해 1·4분기 이후 최대다.
잉여자금은 가계가 소비하지 않고 예금·보험·주식투자 등으로 운용하는 돈에서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돈을 뺀 것이다. 지난 분기 운용액은 46조9,000억원에 달한 반면 조달액은 17조3,000억원에 그쳤다. 가계의 잉여 자금규모는 1·4분기 25조3,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9조7,000억원이나 늘어났으며 2분기 연속 증가하고 있다.
문소상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통상 1·4분기에 대학등록금 등 교육비 지출을 많이 하게 되는 가계가 2·4분기에는 소비를 줄이는 경향이 나타난다"며 "전반적으로 민간소비가 위축된 점도 가계 잉여자금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분기 세월호 참사로 소비심리가 타격을 받은 것도 이번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의 주체로 항상 자금부족 상태에 있는 기업은 지난 분기 부족액 규모가 소폭 불었다. 일반기업을 뜻하는 비금융법인기업의 2·4분기 자금부족 규모는 7조1,000억원으로 1·4분기(6조4,000억원)보다 7,000억원 증가했다. 기업이 설비투자를 소폭 늘린 탓도 있지만 계절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6월 말 반기 결산을 앞두고 부채 비율을 줄이기 위해 운용액과 조달액을 모두 줄이는데 이 과정에서 자금부족 규모가 조금 늘었다는 설명이다. 2·4분기 운용액은 16조원으로 25조4,000억원이나 감소했고 조달액도 23조1,000억원으로 24조8,000억원 쪼그라들었다.
한편 6월 말 현재 가계·기업·정부의 총 금융자산은 5,952조8,000억원으로 1·4분기 말보다 77조3,000억원 증가했다. 금융부채는 4,244조3,000억원으로 48조1,000억원 늘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경제주체의 순 금융자산은 1,708조5,000억원으로 29조2,000억원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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