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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찾아 16,000KM "이젠 포기했어요"
입력1998-12-03 00:00:00
수정
1998.12.03 00:00:00
지방대 캠퍼스 도서관은 취업 준비생들로 발디딜 틈이 없는 가운데 일부학생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어려울 것으로 판단, 취업 의지마저 접어버리는 사태까지 생기고있다. 어느 졸업생의 피눈물 나는 취업노력을 통해 구직난의 심각성을 짚어본다.올 2월 전북 군산대 정보통신공학과를 졸업한 송은섭(宋銀燮·26)씨. 그는 지난해 11월이후 지금까지 일자리를 찾아 1만6,000㎞ 이상을 헤맸지만 아직도 좋은 소식을 듣지 못하고 있다.
그가 취업하려는 기업에서 군산대로는 입사원서를 보내주지 않기 때문에 원서를 얻으려면 서울까지 와야 했다. 서울 왕복만 30여차례. 이동경비만도 100만원이 넘게 들었다. 거리로 따지면 지구의 절반정도를 돈 셈이다. 제출한 입사원서가 50여통에 달해 사진만도 120장 이상 들였다.
그러나 그를 받아주는 기업은 없었다.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기업들의 신입사원 채용이 크게 줄어든 것이 주요인이나 지방대 출신을 꺼리는 국내 기업의 풍토도 크게 작용했다.
宋씨는 아예 취업 경쟁에 참여할 기회마저 얻지 못했다. 원서를 수십통 보냈으나 면접을 보러 오라고 연락하는 기업은 거의 없었다. 1차 서류전형에서 지방대 출신이라고 탈락시킨 것이다.
합격이 되고도 취소된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인터넷 운영업체인 아이네트로부터 합격 통지를 받았으나 기업 구조조정 바람과 함께 채용이 취소됐다. 비슷한 시기, 반도체 조립업체인 아남산업에 1차 합격했으나 신입사원 모집 자체가 무산되는 바람에 면접볼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그는 대학생활중 취업을 위해 나름대로 착실하게 준비를 해왔고 좋은 자격도 갖추고 있다. 4학년초부터 본격적으로 취업 공부를 하기 시작해 토익(TOEIC)을 800점대로 올려 놓았고 무선설비기사·정보통신설비기사 등 각종 자격증도 취득했다. 인터넷에 자신의 홈페이지를 만들어 그가 할 수 있는 분야를 알리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같은 그의 노력은 열매도 맺기 전에 시들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 취업시즌만 해도 조바심을 내고 취직자리 알아보는데 동분서주했으나 이제는 어느정도 체념상태에 빠져 있다.
宋씨는 『어차피 열심히 노력해도 취업이 안될텐데 쓸데없이 뛰어 다녀봐야 소용없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열두번씩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동기나 후배들 중에는 더이상 취업 노력을 안한채 주위 사람들이 모두 취직이 안되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는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그는 약해지는 마음을 애써 추스린다. 그를 키워주신 홀어머니와 두 동생을 생각하면 그냥 주저앉을수 없기 때문이다.
宋씨는 자신의 실업상태를 억울하게 생각할 법도 한데 남의 탓을 하지 않는다. 그는 『실력이 모자라 취직을 못하는 것』이라며 기업이 필요로 하는 능력배양에 열심이다.
그는 지난달 9일부터 내년 2월10일까지 정부가 대졸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정보화지원단」 사업에 참여, 경기 수원의 미생물농약 제조업체인 KIBC사의 홈페이지를 제작하고 있다. 일당 2만7,000원씩을 모아 방송이나 통신네트워크 분야의 공부를 더해 관련 자격증을 취득할 계획이다.
宋씨는 앞으로 1년 더 취직을 위해 노력해볼 생각이다. 그래도 취직이 안되면 막막하다.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를 하고 싶지만 나이도 나이인데다 무엇보다 집안을 보살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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