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사인 일본롯데홀딩스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신격호 대표이사를 명예회장으로 추대하기로 결의했다. 신 명예회장은 앞으로도 한·일 양국의 주요 경영 사안에 대해 보고 받는다는 게 롯데 측 설명이지만 사실상 경영상 결정권은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롯데그룹의 공식 발표에 앞서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롯데홀딩스가 이날 오전 긴급 이사회를 열어 신 총괄회장을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에서 전격 해임했다고 보도했다.
신 총괄회장은 이사회 전인 27일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 등 친족 5명과 함께 전세기 편으로 일본으로 건너갔다. 한국 롯데그룹은 신 명예회장의 급거 일본행에 대해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 도착한 신 총괄회장은 27일 오후 장남인 신 전 부회장과 함께 일본 롯데홀딩스에 나타나 자신을 제외한 일본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해임했다. 이날 해임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에는 신동빈·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대표이사 부회장이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경영권 쟁탈전에서 밀려난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밀어내기 위해 ‘반란’을 시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 명예회장의 일본행 역시 신 전 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명예회장은 이 과정에서 직접 이사들이 이름을 가리키며 해임하라고 일본롯데홀딩스 직원들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부친인 신 명예회장은 신 전 부회장의 편에 섰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신 명예회장이 워낙 고령(94세)에 대화가 어려울 정도로 발음도 어눌해 그의 진의(眞意)가 무엇인지를 두고는 향후 논란이 빚어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
형이 주도한 ‘왕자의 난’에 신동빈 회장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신 회장 등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은 신 총괄회장의 27일 이사 해임 결정이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불법 결정이라고 규정했다.
이사진은 28일 오전 일본롯데홀딩스 긴급 이사회를 열어 신 총괄회장을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에서 해임했다.
왕자의 난에 따라 향후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에도 비상한 관심이 쏠리게 됐다. 일단 지분 면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유리한 고지에 서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신 회장이 한일 두나라에 걸쳐 있는 롯데그룹 경영권의 핵심인 일본 비상장 법인 광윤사(光潤社)를 지배하고 있어서다.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 모두 광윤사 지분을 29%씩 갖고 있지만 12%의 지분을 보유한 ‘우리사주’가 현재 신 회장의 지지세력으로 알려졌다. 반면 신 총괄회장의 광윤사 지분은 3%에 불과하다.
이 광윤사는 일본 롯데그룹 지주사인 롯데홀딩스의 지분을 27% 갖고 있고, 일본롯데홀딩스는 다시 한국 롯데그룹 지주사인 롯데호텔 지분의 19%를 보유중이다. 옥상옥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상 광윤사를 지배하면 한·일 롯데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다만 롯데그룹의 상징인 신격호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강제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이 연출됐다는 면에서 향후 지배구조가 다시 한 번 요동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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