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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사기진작"…먼지떨이 조사에 기업들 '부글부글'

기업 살리자던 정부 기업때리기 여전


검찰
수개월 걸린 한화 비자금 수사
구체 증거 못찾아내 결국 허탕
M&A 무산 등 경영차질 심각
협력 중소기업까지 덩달아 피멍
공정위
가격담합 증거도 확보 못한 채
관련없는 회사자료까지 싹쓸이
"정상업무 마비" 업계 볼멘소리
수사기간 줄여 피해 최소화해야
이명박(MB) 대통령이 대기업 간담회를 열어 기업의 노력을 치하하는 등 겉으로는 기업사기를 북돋아주고 있지만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원가정보 요구 등 기업 때리기의 강도는 아직도 낮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경영차질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면서 이명박 정부의 기업 친화정책이 '말로만'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재계 총수들을 만나 투자ㆍ고용 확대에 힘써줄 것을 당부하며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검찰 및 공정위의 전방위 압박으로 당장 경영계획 및 인재채용에 차질을 빚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검찰ㆍ공정위ㆍ국세청의 전방위 수사ㆍ조사 때문에 기업 이미지 저하에 따른 피해 또한 막대하다는 게 기업들의 하소연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다같이 힘을 모아 5% 경제성장을 이루자고 독려하면서 기업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라며 "이는 기업을 규제의 대상으로만 보는 관치 만능주의 아니냐"고 주장했다. ◇한화그룹 무리한 검찰 수사로 경영차질 심각=25일 법조계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이 24일 한화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인 홍동옥 여천NCC 사장 등 전현직 임직원 5명에 대해 재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모두 기각됐다. 검찰이 애초 의혹을 제기한 한화그룹 비자금은 밝혀내지 못한 채 계열사 간 부당거래로 수사 방향을 틀었지만 이 역시 사실상 허탕을 친 셈이다. 검찰은 그동안 한화그룹 관계자 300여명을 소환조사했고 압수수색도 20여차례 진행했지만 총 4회에 걸쳐 관계자들에게 청구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된 것이다. 이런 사이 한화그룹은 그룹 차원의 경영전략 판단이 마비된 채 인력배치 및 경영계획 수립에 제동이 걸렸다. 검찰의 공명심에 대기업은 물론 협력 중소기업까지 피멍이 드는 결과를 낳고 있는 실정이다. 한화그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예년같으면 12월 초에 인사와 한해 경영계획 수립을 마무리해야 했지만 새해가 들어서도 아직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한숨만 쉬고 있다. 이에 따른 경영차질도 곳곳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실제로 한화그룹은 최근 미국 태양광 업체인 리커런트에너지 인수를 시도했으나 검찰 수사에 따른 의사결정 지연과 이미지 저하로 인수에 실패했다. 그룹 차원의 신성장동력으로 태양광 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는 한화로서는 적지 않은 손실이다. 또 금융위원회가 한화가 인수한 푸르덴셜투자증권 및 자산운용과 한화증권ㆍ한화투신과의 합병신청 접수를 보류한 것도 이번 검찰 수사 장기화와 관련이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한화그룹의 한 관계자는 "기업 이미지 조사 결과를 보면 검찰 수사로 한화의 순위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면서 "당장 사업차질도 문제지만 미래를 위한 우수 인재채용에 차질을 빚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기업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최소화하도록 수사기간을 단축하고 수사를 조속히 종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정위 가격정보 요구는 월권=공정위는 최근 조사관들을 정유업체에 보내 가격과 관련한 일체의 정보를 가지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기름 값이 묘하다'고 말한 직후 진행된 공정위의 전방위 조사인 만큼 정유업계의 부담감은 예전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석유제품만큼 가격결정 구조가 단순한 제품도 없다"면서 "하지만 공정위 조사로 정유업체들이 마치 비도덕적 기업인 것처럼 인식되면서 임직원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로부터 제품가격 인하 압박을 받고 있는 식품업체들도 공정위의 싹쓸이식 조사에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공정위가 가격담합 등 특정 혐의에 대한 자료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회사 곳곳을 돌아다니며 중요한 정보들을 싹쓸이하듯 가져가 정상적인 업무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식품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번 공정위 조사를 보면 담합이나 불공정거래 등 특별한 사안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기보다는 전반적인 회사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확보하려 한다는 인상이 강했다"면서 "도대체 무엇을 조사하는지 종잡을 수가 없을 정도"라고 전했다. 다른 식품업체 관계자도 "원재료 가격 인상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하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위 조사에 따른 압박감과 업무진행 방해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부의 이중적 행태는 기본적으로 시장경제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없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김필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정위가 (이런 식으로) 사후규제를 하면 기업들의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며 "실효성이 없는 방법이고 펀더멘털이 같기 때문에 나중에 가격이 폭등하거나 기업의 이익구조를 손상시킬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김종석 홍익대 교수는 "임기 초기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MB노믹스는 여전히 유효해야 한다"며 "미국의 급진좌파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기업인 출신을 비서실장으로 앉히며 규제개혁을 가속화하는 것이야말로 노선과 이념을 초월한 실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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