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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공단은 복마전인가/김한종 이사장 전격 경질… 조직개편 착수
입력1997-06-24 00:00:00
수정
1997.06.24 00:00:00
성종수 기자
◎부실시공 책임싸고 음해·투서 난무/검찰도 구조적비리 내사 이미 착수한듯/외부인사 실권장악 기술직은 천대고속철도공단 이사장의 전격 경질은 공단 조직개편의 신호탄이다.
김한종 이사장의 경질은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지난 4월 미국 WJE사의 안전진단 직후 부실시공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뒤 공단은 사실상 「개점휴업」이었다. 직원들은 김이사장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고 김이사장도 좌절감에 빠졌다. 김이사장을 음해하는 투서가 난무했다. 공단 간부들끼리의 「진흙밭 싸움」이 극에 달했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빴다. 조직의 지휘체계가 붕괴된 것이다.
검찰도 공단의 구조적 비리에 대한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주변에선 공단의 비리가 한보사태를 능가할 것이라는 얘기가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김이사장의 경질도 검찰의 내사착수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공단조직의 개편은 물론 대대적인 사정차원의 문책이 예고돼 있는 대목이다.
조직 개편은 궁극적으로 「공단의 발전적 해체후 재구성」으로 이어질 것이다. 공단은 그동안 전문가들로부터 「있으나마나 한 조직」이라는 혹평을 받아왔다. 그만큼 효율이 없고 전문성이 결여됐다는 얘기다.
공단은 지난 92년 3월 설립됐다. 초기 공단 조직은 철도청에서 퇴직한 공무원들과 여권 등 정치권에서 추천한 사람들로 채워졌다. 관리직과 기술직의 비율은 53%대 47%였다. 관리직중 상당수가 외부추천 인사들이었음은 물론이다. 전문성이라고는 없는 외부 추천인사들은 공단의 실권을 장악하고 기술자들을 천시했다. 이 과정에서 음해성 투서가 끊이지 않았으며 지금까지도 알력으로 남아 있다.
형편없는 처우는 고급 기술자들의 사기를 꺾었고 이들을 공단에서 떠나게 만들었다. 고급 기술자들의 처우는 민간업체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유능한 인재들이 찾아들리 없다.
「낙하산 인사」로 이뤄진 공단은 출범 6년여를 맞은 오늘까지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고속철도 공사를 추진하면서 경제적 측면보다는 정치권의 입김에 더 신경을 써온 탓이다. 직원들끼리도 결속되지 않은채 수십조원의 초대형 국책사업을 이끈다는 것은 불가능한 얘기다.
공단의 관리감독 역시 경험과 전문성 부족으로 부실하기 짝이 없다.
공단의 한 간부는 『기술수준을 보면 시공업체의 능력이 가장 뛰어나고 다음이 감리업체이며 공단의 감독수준은 최하위』라고 털어놓았다.
시공업체들을 관리하고 감독해야 할 공단의 수준이 오히려 떨어진다는 것은 공단 해체의 당위성을 입증해주는 대목이다.
공단해체가 고속철도 건설공사의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격상된 기구나 조직을 통해 고속철도 공사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복안이다.
아무튼 이사장 경질로 공단은 대대적인 조직정비의 태풍권에 진입했으며 이르면 이달말께 그 윤곽이 떠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물러난 김이사장은 지난 4월 비난 여론을 무릅쓰고 경부고속철도 시험선구간에 대한 안전진단을 실시하는 용기를 보이는 등 재임기간중 고속철도 건설을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과 공단 내부의 일부 임원들로부터 『부실의 책임을 전임자에게 돌리려는 정치적인 의도에서 안전진단을 실시했다』는 등의 각종 음해성 투서에 시달리다 희생양이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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