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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그룹:4(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입력1997-04-07 00:00:00
수정
1997.04.07 00:00:00
김영기 기자
◎콸라룸푸르 중심가 그랜드 하얏트호텔/연면적 4만8,000여평에 59층 복합호텔 건설/말련에 「한국 장인혼」 심는다/현지일꾼 부족불구 1주일에 1층씩 짓기 강행군/1,000명 수용 그랜드 볼룸 등 내년 완공 차질없이동남아시아의 황금반도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수방 국제공항에서 중심가로 진입하는 페더럴노는 야자수로 뒤덮힌 열대지방 특유의 싱그럽고 풍요로운 자연풍광을 뽐내고 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국민은 「엄청난 천연자원의 보고」라는 국가이미지를 별로 달가워하지않는다. 공항에서 30분여를 달려 콸라룸푸르 중심가에 들어서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기라성같은 수많은 고층빌딩들은 말레이지아의 국가적 목표 「비전 2020년」이란 선진국진입계획이 성공리에 진행되고있음을 피부로 느끼게한다. 『제조업과 정보산업이 조화를 이룬 경제대국』마하티르총리를 중심으로 말레이시아는 이 새로운 국가이미지 창조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있다.
말레이시아는 지금 「영련방올림픽」열기에 뒤덮여 있다. 내년 9월 개최될 영연방국가들의 이 단합대회를 멋지게 치뤄보자는 각오는 88년 서울올림픽을 준비했던 우리의 열정을 회고케한다.
날이 새면 또 새로운 빌딩공사가 시작되는 상황이다. 영연방대회를 국가적 도약의 계기로 삼으려는 말레이시아정부의 의지가 쌍용건설의 그랜드 하얏트호텔 신축현장 만큼 잘 나타나고있는 곳도 드물다. 세계유수의 호텔체인과 건설회사를 끌여들어 대회성공의 결정적 요인인 관광객유치에 빈틈이 없게하려는 것이다.
콸라룸푸르의 중심가인 술탄 이스마일노. 쌍용의 그랜드하얏트 건설현장은 이 거리의 남쪽 심장부에 있다. 지난 3월중순 현재 공정률은 9.72%로 걸음마단계에 불과하다.
그나마 당초 계획(9.66%)보다는 다소 앞서있는 상황. 그러나 말레이시아 정부는 공기를 하루라도 앞당기지 못해 안달이다. 내년 11월인 완공일을 영연방대회가 열리는 내년 9월에 최대한 맞춰 달라는 간절한 요청이다. 쌍용측은 이같은 고객의 염원에 부응코자 내년 8월께 2백개 객실을 우선 오픈한다는 비상대책을 강구했다. 조영남 현장소장은 『일주일에 한층씩 올리는 기동력을 발휘하고있으나 현지설계회사의 도면작성이 보조를 못 맞추고 있어 공사가 지연되는 경우가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2천9백평의 부지에 건립중인 이 호텔의 층수는 콸라룸푸르시내에서 가장 땅속 깊이 내려간 지하 7층을 포함한 59개층이며 연면적은 4만8천7백평. 오피스 15개층, 아파트 9개층, 객실 22개층이 들어서게 된다. 사무실과 아파트, 호텔 등으로 구성된 복합건물이 들어서기는 말레이시아 최초다. 특히 1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그랜드볼룸은 말레이시아 최대 규모다. 쌍용으로선 국내외 호텔 건설사상 객실수가 8천개를 돌파하는 새로운 금자탑을 세우게된다.
쌍용건설이 이번 공사에 입찰한 것은 지난 95년 5월. 당초 입찰금액은 3억1천3백만링기트(약 1억2천만달러). 쌍용은 그러나 9개월여에 걸친 협상끝에 당초 입찰시가보다 7백만링기트가 많은 3억2천만링기트에 수주했다. 컨설턴트들이 싱가포르에서 쌍용의 호텔시공에 대한 비교우위를 인정, 쌍용을 강력히 추전한 점을 발주회사인 콸라룸푸르 랜드마크사가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쌍용의 이같은 호텔시공 능력을 호텔 오너인 하얏트측도 높이 평가하고있다.하얏트본사는 쌍용이 건설중인 말레이시아 하얏트를 「최첨단 그랜드 하얏트 호텔」의 표준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종전 표준은 홍콩의 그랜드 하얏트.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임영배 과장은 이에대해 『디자인과 시공 등 모든 건설계획은 하얏트 본부의 승인받은후 실행된다』고 말했다.
최소한의 한국인 직원(15명)을 투입, 현지화에 성공한 공사로도 평가받는 이번 공사의 가장 큰 의미는 무엇보다 쌍용의 말레이시아 건축시장 장악을 위한 중요한 포석이 됐다는 점이다.
김진범 말레이시아 지점장은 『이번 공사는 96년부터 시작된 7차 5개년 계획의 잔여 프로젝트는 물론, 말레이시아의 비전2020 건설의 핵심 참여자로 나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루항과 포트클랑항 등의 항구 물류시설 ▲콸라룸푸르를 중심으로한 위성도시 계획 ▲2백5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자바지역의 금융센터 계획 등 말레이시아의 건설시장참여에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의 건축시장에 장밋빛 미래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인력난은 심각하다. 그랜드하얏트 호텔 공사에서도 일꾼을 제때 못구해 차질을 빚은 경우가 적지않다. 조소장은 이에대해 『한마디로 질보다는 양이 문제』라고 표현했다. 노동의 질은 한국에 비해 전혀 뒤질게 없지만, 양이 워낙 모자란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건설인력난이 크게 악화된 것은 지난해 12월. 1백50만명의 외국인 불법근로자에 대해 정부측이 공식 등록을 요구했고, 이를 위반할 경우 추방하겠다고 공표한 것이다.
문제는 등록비용. 말레이시아 정부측은 근로자 1인당 등록비용으로 3천달러를 요구했고, 진출업체는 울며 겨자먹기로 이를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 당연 현재까지도 인력이 모자란 상황은 지속되고 있는 형편이다.
발주처 사장의 이름을 따 「두타 그랜드 하얏트」라는 호칭이 붙었다는 이번 공사는 이제 실질적인 시작의 단계에 들어섰다. 산골짜기를 콸라룸푸르 최대의 호텔로 만들어내는 쌍용의 이번 공사가 싱가포르에 이어 또하나의 해외 건축신화를 일궈낼지는 앞으로 20개월이 채 안돼 판가름날 것 같다.
◎쌍용건설 말련 진출사/82년 콘도로 첫발/88년후 수주 주춤/93년부터 재시동
그랜드하얏트 호텔 공사는 쌍용건설이 지난 82년 9월 와이키키 콘도미니엄 공사를 기점으로 말레이시아 건설시장에 뛰어든후 쌓아온 노하우의 집결판이자 이곳 시장장악을 위한 도약대로 평가된다.
와이키키를 수주한 이듬해 쌍용은 쿠칭지역에 쌍용건설 지사를 설치, 말레이시아 시장에 대한 본격 공략에 나선다. 이어 85년에는 사하알람 타운센터 개발공사 계약을 체결했고, 87년에는 회교사원인 사라와크주립 모스크와 쿠칭 실내 체육관 공사를 수주했다.
이후 90년대 초반까지 주춤했던 쌍용의 말레이시아 공략은 93년 6월 지사를 콸라룸푸르로 옮기면서 재시동을 걸었다. 95년 10월 호텔과 오피스빌딩이 포함된 메나라 랜드마크 공사 수주(1억2천만달러)는 시장탈환의 기점 역할을 했다.
쌍용은 지난해 10월 일본 오바야시 건설과 공동으로 1억2천만달러에 셀라양 병원 신축공사를 수주하기도 했으나 역시 오바야시와 손잡고 참가한 콸라룸푸르 센트럴 역사 입찰에서 불업체에 밀려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조영남 그랜드 하얏트호텔 건설현장 소장/“완벽공사 위해 매일 진척 체크… 호텔 수익성 전망 밝아”
그랜드하얏트 호텔 건설 현장 책임자인 조영남 소장(45)은 쌍용건설에서 최초로 과장급 현장소장에 임명돼 화제를 모았었다. 호텔신축 공사장 옆의 2층 간이사무실에서 만난 그의 얼굴에는 해외현장근무 16년째의 노련미가 물씬 풍겨나왔다. 조소장은 『그랜드하얏트 호텔은 말레이시아 건설시장 장악을 위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말미를 열었다.
동남아시아에서 쌍용의 건축시공능력은 이제 정상에 오른 느낌이다. 이번 공사의 책임자로서 의의를 설명한다면.
▲쌍용이 이번 공사를 수주한데는 싱가포르에서의 호텔시공에 대한 명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인맥 등이 크게 작용했다. 이번 공사가 성공리에 완성될 경우 쌍용은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를 잇는 삼각벨트를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이번 공사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는 사업중 하나로 알고 있는데.
▲영연방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핵심사업중 하나다. 공사진척 상황을 거의 매일 체크하다시피한다. 공사현장에 대한 당국의 관리도 매우 엄격하다. 현장 구석에 고인 물에서 애벌레를 건저내 한마리당 5백링기트의 벌금을 물릴 정도다. 그러나 관공서의 뒷돈요구는 거의 없다.
영연방 올림픽 이후에도 호텔의 수익성이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지.
현재로선 솔직히 반반으로 본다. 그러나 말레이시아가 고속성장을 지속중이고 아시안게임의 유치도 계획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동남아시아 건축시장에서 한국업체가 활로를 트기위한 방도는.
▲누구나 동의하겠지만, 이제 단순입찰에 의한 수주패턴은 한계에 이르렀다. 수익성 위주의 공사를 선별 수주하거나 개발 프로젝트에 지분을 출자하는 등 보다 고수익사업으로 방향을 트는 것이 절실하다.<콸라룸푸르=김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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