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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보조금 대란과 정부의 할리우드 액션


# 보험은 가입자들의 보험료를 모아 보험금을 준다. 정상적 사고율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정한다. 일부는 보험금을 타기 위해 고의 또는 허위로 사고를 낸다. 일명 '보험사기'다. 불법으로 빠져나간 보험금 때문에 기존 고객과 미래 고객은 더 많은 보험료를 부담한다.

# 이동통신사들은 가입자로부터 통신비를 받아 망을 구축하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투자 규모와 마케팅 비용에 따라 요금이 정해진다. 이통사가 신규 고객에게 과다한 보조금을 주면 투자 여력은 줄고 통신요금은 올라간다. 결국 보조금은 기존 고객과 미래 고객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다.

정부는 지난 2000년부터 '이용자 간 형평성 문제와 요금인상 우려'를 이유로 보조금을 규제했다. 보험사기와 유사한 논리다. 과다한 보조금이 통신품질 저하와 통신비 부담 증가로 연결되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장실패에 대한 정부개입 역시 실패했다. 보조금에 대한 땜질식 처방은 한계가 분명하다. 주도 사업자에 대한 단독 영업정지, 매번 신기록을 경신하는 최대 과징금에도 불구하고 약발은 오래가지 않는다. 과다 보조금으로 '마이너스 폰'까지 등장했다. 고객들은 보조금에 밤잠을 설친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의도한 투자확대와 요금인하도 실패했다는 점이다. 이통3사의 연간 투자 규모는 7조원으로 마케팅 비용 8조원보다 적다. 이통사들은 신기술을 내세워 신상품을 만들고 요금을 올린다. 고가 요금제에 보조금을 녹여 넣는 셈이다.



몸에 난 종기도 연고를 발라 가라앉지 않으면 근본을 치료한다. 그냥 두면 패혈증으로 전이도 가능하다. 늦기 전에 칼로 째고 종기 덩어리를 빼내는 것이 방법이다.

이통사 보조금이 영업정지와 과징금만으로 해결이 안 된다는 것은 이미 입증됐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처럼 기대하지만 그 역시 근본적 처방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문제의 뿌리는 '요금제'다. 정부가 이통3사에 과점을 허용하고 요금까지 인가했다. 보조금은 요금에서 나온다. 보조금 문제는 요금인하만이 근본적 해결책이다. 요금제를 손대지 않은 채 불러다 호통만 치는 행동은 이통사를 감싸기 위한 정부의 '할리우드 액션'에 불과할 뿐이다. 더이상 변죽만 울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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