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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통화정책방향] 실물회생-물가억제 '두토끼 잡기'

「하반기가 문제다」한국은행이 1일 발표한 올해 통화신용정책방향은 두가지 상반된 목표를 갖고 있다. 실물경제의 회복을 뒷받침하고 물가상승도 억제한다는 것. 이같은 정책목표에는 서로 다른 접근방법이 필요하다.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인플레를 방지하는데는 반대로 시중자금을 빨아들여야 한다. 그런데도 한은은 이를 동시에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의 최우선 목표인 물가관리와 국가의 당면과제인 경제회복의 절충이 올해 통화신용정책의 기본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상반된 정책을 요구하는 통화운영목표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은 주변여건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 신용경색 상황에서 돈을 풀어도 통화증발·물가상승 압력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게 한은의 생각이다. 문제는 하반기에 있다. 경기가 회복되고 신용경색도 풀려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작용하기 시작하면 풀린 돈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 이 경우 상반된 목표를 동시에 충족시키기 힘들어진다. ◇돈 얼마나 풀리나= 연간 신규공급되는 자금이 얼마나 될지는 가늠키 어렵다. 한은의 통화정책이 과거 총통화(M2)기준에서 총유동성(M3)중심으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M3증가율로 본원통화 신규공급 규모를 산출하려면 통화승수를 대입해 역산해야 하는데 통화승수가 시시각각으로 변해 계산이 어렵다. 한은이 발표한 올해 M3증가율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 이는 한은이 올해에도 시중에 자금이 충분히 돌아가도록 유도하겠다는 의미다. M3는 금융권간·금융상품간 자금이동효과를 상쇄하여 가장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지표. 지난해부터 중심통화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총유동성(M3) 연간증가율을 13.5%로 잡을 경우 올해 늘어날 총유동성은 100조원에 이른다. 올해말이면 M3말잔도 900조원에 달하게 된다. 시중자금도 그만큼 풍족해질 수 있다. ◇물가 상승압력= 시중유동성이 늘어나도 당분간 물가 상승압력으로 직결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98년말 현재 M3추정치는 13%수준. 지난해 3·4분기의 경제성장률 -3.1%와 비교할 때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도 물가는 뛰지 않고 있다. 경기회복속도가 완만하기 때문이다. 올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제원자재가격, 임금 등 비통화적 요인에 의한 물가상승 압력이 적도 환율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에 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상반기에 집중방출될 재정자금과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자본자유화에 따라 해외부문의 통화증발 압력이 거세질 경우 물가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금리= 올해 한은의 금리정책은 골자는 하향안정기조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全총재는 「콜금리를 약간 하향토록 유도한다」는 원칙을 거듭하며 『상황에 따라 콜금리가 5%대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공급위주 공개시장조작과 신용경색에서는 금리도 당연히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환율이 안정기조를 유지하는 한 재경부와 한은의 금리정책도 불변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중에는 5대그룹의 부채비율 하락 시한등으로 민간의 자금수요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리하향안정기조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리도 하반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반기가 문제다= 완만한 경기회복세가 본격화할 경우 자금수요가 증대한다. 시중에는 이미 통화가 많이 풀려 있는 상황. 자금수요가 늘어나면 통화유통속도가 빨라지고 시중에는 인플레 압력이 발생한다. 물가상승 기조는 금리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이 경우 한은은 물가상승 억제라는 본연의 임무를 돌아갈 방침임을 분명히 밝혔다. 금리의 자금수급 조절기능, 즉 통안증권과 환매조건부채권(RP)를 인상시켜 시중 자금을 빨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순간 두가지 정책 목표가 틀어진다. 실물경제 회복을 위한 단기처방보다는 물가관리가 중시되는 상황을 맞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한은이 중앙은행 본연의 기능을 수행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의 하반기에 긴축의 목소리는 정치논리에 파묻히기 쉽다. 全총재는 『상반기에 조기 방출한 재정자금을 환수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없는 한 하반기 통화관리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권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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