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해외 명품브랜드 도입 藥될까…毒될까… "손쉬운 장사 의존 제품개발 노력 소홀" 우려에"디자인등 노하우습득 병행땐 경쟁력제고" 반론 정민정 기자 jminj@sed.co.kr 결혼을 앞둔 정모(27ㆍ여)씨는 혼수를 마련하기 위해 얼마 전 논현동 가구거리에 쇼핑하러 갔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름을 대면 알 만한 국내 가구업체들의 전시장에 자리잡은 수많은 제품이 '메이드 인 코리아' 아닌 '메이드 인 이탈리아나 독일' 제품이었기 때문. 그것도 소파 한 세트 가격이 1,000만원을 웃돌고 있는 것. 가구뿐 아니다. 소형 가전제품이나 시계 등 생필품이나 소비재를 중심으로 값비싼 외국 유명 브랜드를 단순히 수입 판매하는 국내 중소ㆍ중견기업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일명 '명품'시장에 손쉽게 뛰어드는 기업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 이를 고객의 선택권을 넓히고 명품 브랜드를 선호하는 고소득층이라는 틈새시장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으로 간주하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품 개발과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힘써야 할 중소ㆍ중견기업들이 해외 유명 브랜드에만 무작정 기대어 '손쉬운 장사'를 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샘인테리어는 지난 8월부터 미국의 고급 스프링 매트리스 전문 브랜드인 '스프링 에어'를 독점 수입하고 있다. 이는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4대 매트리스 중 하나로 메이시(Macy's) 등 현지 고급 백화점에서 접할 수 있는 프리미엄 상품. 한샘은 또 직매장과 전국 대리점 160여곳에서 독일의 유명 가죽소파 브랜드 '무스터링(Musterrring)'과 이탈리아 유명 브랜드 '나뚜찌(Natuzzi)' '소마스키니(Somaschini)' 등을 판매하고 있다. 나뚜찌의 경우 한 세트 가격이 1,000만원 내외 수준이며 무스터링도 400만~800만원대에 달한다. 린나이코리아는 네덜란드의 소형 가전 전문 브랜드인 '프린세스'를 도입, 전국 대리점 등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프린세스는 주방기구나 소형 가전 등 300여가지 제품을 전세계 65개국에서 판매하는 생활가전 명품 브랜드. 시계 전문업체인 SWC(옛 삼성시계)도 스위스 명품 브랜드 '하스앤씨(Haas&Cie)'와 '뷰렛(Burett)'뿐 아니라 최근에는 명품 스포츠 브랜드 '스위스 포스(Swiss Force)'의 판권도 확보했다. 이러한 현상은 명품 브랜드를 선호하는 고소득층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나 성공 가능성은 불확실하다. 최근 발표된 통계청 조사에서 6개월 후의 경기ㆍ소비지출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전망을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는 94.8로 지난 8월보다 0.4포인트 떨어졌으며, 특히 월 평균 소득 400만원 이상 되는 고소득 가구들의 소비자기대지수가 106.6에서 102.3으로 4.3포인트나 하락해 소비심리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편 외국 유명 브랜드의 국내 판권을 들여오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디자인 개발이나 마케팅 협력을 통한 경쟁력 제고를 꾀하는 경영활동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김익성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의 유명 브랜드를 들여와 단순히 국내에 유통시키는 기존 방식으로는 경쟁력 향상에 한계가 있으며 더 나아가 국부(國富) 유출 우려도 있다"면서 "그러나 명품 브랜드를 도입하면서도 품질이나 설계ㆍ디자인 등 노하우를 습득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한다면 충분히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에이스침대의 경우 별도 법인을 통해 시몬스침대와 썰타침대 모두를 판매하고 있다. 92년부터 미국의 시몬스침대 브랜드를 들여와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썰타침대도 같은 방식으로 생산, 판매하고 있다. 연간 약 4,000억원 규모의 국내 침대 시장에서 에이스침대 30~35%, 시몬스침대 9~11%, 썰타가 5~6%를 차지하면서 '우리 안방'을 지키고 있다는 평가다. 입력시간 : 2005/09/23 17:45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