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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R&D센터의 명암

최근 IBMㆍ인텔 등 글로벌 IT(정보기술)기업들이 국내에 R&D(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겠다는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한국의 IT기술력과 인프라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동북아 IT허브국가로 도약할만한 계기로 삼을만 하다. 하지만 이 같은 R&D센터 유치에 마냥 자부심만 느끼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우선 투자규모나 연구분야에 비해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퍼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IBM이나 인텔은 이미 중국이나 일본ㆍ인도 등지에 대규모 R&D센터를 운영하고 있어 앞으로 이들과 치열한 경합을 벌여야 한다. 인텔의 경우 인도R&D센터 연구인력만 1,000여명에 달하고 있으며 중국 반도체 공장에만 2억~5억달러의 자금을 투자했을 정도다. 이에 반해 한국의 R&D센터는 인텔의 경우 20여명, IBM도 70여명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초라한 수준이다. 더욱이 외국사가 유치과정에서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바람에 협상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도 들려오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과거 중소기업 지원에나 활용됐던 매칭펀드 방식까지 동원해 190억원의 자금을 투자한다는 것도 모양새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이들 R&D센터가 다국적 기업들의 핵심 분야가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인텔측의 연구과제인 홈네트워킹은 국내 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그리 앞서지 않은 편이며 IBM 역시 아직은 서버 등 기업 장비시장에 강점을 발휘하고 있다. 향후 차세대 IT기술 표준화도 심각히 고려해야 할 문제다. 정부가 IBM 연구센터에 직접 자금을 투자함으로써 향후 임베디드소프트웨어, 텔레매틱스 등의 기술표준이 IBM 몫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이들 분야는 정부가 앞장서 차세대 신성장품목으로 지정한 것들이라 향후 지적 재산권 합의여부에 따라 적지않은 후유증을 낳을 수도 있다. 가뜩이나 일감 부족과 인력 이탈로 고전하고 있는 국내 연구소와의 형평성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일부 국책기관은 외국연구소가 자신들과 업무영역이 중복되는 바람에 앞으로 정보통신부의 발주물량이 줄어들까 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R&D센터 유치에 만족하기 보다 원천기술 개발 확보 등을 통해 다국적 IT기업들의 핵심 파트너이자 `윈-윈 게임`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수많은 근로자들의 밥줄이 걸린 국내 공장들을 중국으로 내몰면서 그저 외국회사가 들어왔다고 기뻐하고만 있기엔 우리 경제가 너무 절박한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정상범(정보과학부 차장) ss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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