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애플의 전 CEO 故 스티브잡스가 경쟁사 IBM 로고 앞에서 ‘손가락 욕’을 한 사진이 SNS에서 화제다.
스티브잡스의 기행은 오래전부터 유명하지만, 한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경쟁회사를 노골적으로 조롱할 만큼 애플과 IBM 관계는 ‘견원지간’이었다.
위 사진이 촬영된 연도는 1983년으로 알려졌다. 1983년은 미국 타임지가 올해의 인물로 ‘PC’를 선정할 만큼 개인용 컴퓨터의 판매가 급증했고, 시장을 선점하려는 애플, IBM, 컴팩, 델 등 컴퓨터 제조업체의 경쟁이 두드러졌던 시기다.
특히 애플은 IBM을 ‘빅브라더’라고 칭하고, 이에 IBM은 애플에 ‘썩은 사과’로 응수하며, 컴퓨터 산업 선두에서 두 기업은 라이벌로 치열하게 경쟁했다.
컴퓨터발명 초기부터 1970년대까지 미국 제1의 컴퓨터 기업은 IBM이었다. 하지만 이때까지 컴퓨터는 거대한 기계설비에 가까웠고, 개인이 쓰기에 무리가 있었다.
업계의 ‘터줏대감’ IBM은 가정집 차고에서 창립한 애플에 호된 선제공격을 당한다
1977년 애플은 개인용 컴퓨터 ‘애플 Ⅱ’을 내놓았다. 직관적인 운영체제로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도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애플 Ⅱ는 확장슬롯을 장착해 기능을 향상시킬 수도 있었다. 애플 Ⅱ의 선풍적인 인기로 인해 개인용 PC 시장이 비로소 탄생하게 된다.
절치부심하던 IBM은 ‘호환성’을 무기로 다시 승기를 잡는다. 당시 애플 컴퓨터는 폐쇄적인 구조로 되어 있었다. 애플 관련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제작하려면 그들이 만든 엄격한 기준을 따라야만 했다.
하지만, 1981년에 IBM이 출시한 ‘PC5150’은 하드웨어 회로도와 기본 프로그램 소스 코드를 모두 공개했다. 수많은 기업이 IBM의 규격에 맞춘 모방 PC를 내놓았고 작은 크기에 합리적인 가격의 IBM PC는 급속도로 가정과 사무현장에 보급된다. 당시 IBM이 산정한 5년간 판매 목표치인 24만대를 PC5150은 출시 1주일 만에 뛰어넘어버린다.
1983년 애플은 IBM에 대항하여 ‘그래픽 인터페이스’ 기반의 ‘애플 리사’를 출시한다. 그러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가격이 너무 비싸고 응용 소프트웨어 역시 부족해 실패하게 되었다. 결국, 잡스는 판매부진과 경영진과의 갈등으로 1985년 본인이 창업한 애플에서 쫓겨나고 만다.
그가 호기롭게 IBM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올린 지 2년 만의 일이다
애플은 이후에도 급성장하는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 큰 활약은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IBM은 90년대까지 승승장구하며 세계적인 IT 기업으로 발돋움한다.
게임은 끝난 것만 같았다. 애플은 90년대 중반, 연간 1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며 빈사상태에 빠진다.
1997년 스티브 잡스는 “부도 60일 전”이라는 말과 함께 망가진 애플로 복귀한다. 그는 컴백하자마자,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개인용 컴퓨터 ‘매킨토시’를 제외한 사업 대부분을 정리한다. 1998년부터 발매되기 시작한 반투명케이스의 신개념 일체형 컴퓨터인 ‘iMac G3’을 내놓으면서 애플은 서서히 재기한다. G3의 디자인을 맡은 사람은 후일 아이팟, 아이폰 등 디자인해 ‘애플제국’을 건설한 조너선 아이브다. 이후 2001년 MP3 플레이어 ‘아이팟’을 출시하면서 21세기 애플 전성시대의 포문을 연다.
2000년대 이후 애플과 IBM의 개인용 컴퓨터 경쟁은 크게 두드려지지 않는다. IBM은 이미 90년대 말부터 기존의 하드웨어 사업 비중을 크게 낮추고, 기업 전략수립 컨설팅과 업무 프로세스 개선, IT 솔루션 개발 및 구축하는 IT 컨설팅회사로 탈바꿈했고. 2005년에는 PC 사업부를 중국의 레노버(Lenovo)에 매각했다.
애플사도 아이맥, 맥프로 등을 계속 출시하며 컴퓨터 노트북 사업을 이어가고 있으나, 현재는 아이폰을 비롯해 아이패드 등 스마트기기의 비중이 높아져 전통적인 컴퓨터 제조업체의 범주에서 벗어났다. 애플은 총 5,540억 달러(약 561조 원)에 달하는 시가 총액 세계 1위 기업이 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