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폭염과 가뭄이 전세계를 휩쓸면서 증시에서 관련주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빙과류와 전력관련주들은 폭염으로 연일 주가가 치솟는 반면 음식료주의 경우 가뭄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우려 때문에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일 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계속되면서 빙과류와 전력관련주들은 들썩이고 있다.
빙그레는 불볕더위가 시작된 지난달말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열흘새 8만원에 달하던 주가가 9만원대마저 돌파할 기세다. 특히 무더위로 전기소비가 늘면서 전력관련주들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달말 5만7,000원대에서 지난 3일 장중 6만3,000원까지 치솟았고 LS산전도 최근 열흘새 9%가까이 크게 올랐다. 전력효율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중소형 스마트그리드 관련주들도 날씨에 주가가 크게 출렁이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실제로 올 7월 평균기온은 25.5도로 평년보다 1도 높았고 최근 30년 중에 6번째로 무더웠다.
비료 관련주들도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대표 비료업체인 조비는 최근 나흘간 20% 가까이 급등했고 농우바이오나 남해화학 등도 날씨 관련뉴스에 주가가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들 종목들은 실적과는 상관없이 가뭄 수혜주로 분류되면서 이상급등세를 타고 있다.
반면 음식료업체들은 가뭄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달말 기준으로 옥수수 선물가격은 부셸(25.4kg)당 8.06달러로 한달새 20%나 급등했고 소맥 선물가격 역시 20% 넘게 급등했다. 미국 지역의 가뭄으로 곡물생산량 감소와 함께 투기성 자금까지 시장에 유입되면서 옥수수와 밀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다.
국제 곡물가격의 상승은 음식료 업체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음식료주인 CJ제일제당의 경우 이미 미국 가뭄으로 지난 6월말부터 국제 곡물가격 상승으로 실적우려가 점쳐지면서 지난달에만 14%나 주가가 떨어졌다. 가뭄이 지속될 경우 원재료 상승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킴으로써 주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윤교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까지 곡물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중기적으로 곡물가격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에그플레이션에 따른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종목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상기후 현상은 타이어 관련주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9년에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지에 가뭄이 발생하면서 고무나무가 말라 죽는 바람에 한국타이어 등 관련주들이 하락세를 겪기도 했다. 올 하반기중에 수온이 평년보다 0.5도 이상 오르는 엘니뇨 현상에 따른 동남아시아 지역에 가뭄이 발생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타이어주에 악재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주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지역의 가뭄이 지속되고 있고 하반기에는 엘니뇨 현상까지 예고돼 있어 농산물과 타이어주 등에 대한 경계감을 높일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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