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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여성 첫 석사학위 받는다

“죽어서라도 공부하고 싶었던 아픈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시련과 눈물의 강을 넘어 아스라하게 높은 학문의 언저리에 드디어 섰습니다.” 지난 97년 10월 일가족 9명과 함께 남한에 온 이애란 씨는 17일 탈북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뿌듯함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이씨는 남한거주 북한이탈 주민의 식생활 연구논문을 썼으며 오는 9월부터 같은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는다.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이대 교수의 권고에다 장학금도 나온다고 해서 얼떨결에 입학을 했다는 이씨는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지난 기간을 회고했다. 이씨는 “북한에서 영어는 알파벳이나 겨우 아는 정도였으나 한국의 대학에서 교수님들은 영어를 섞어 강의하고 과제물도 영어번역이 많아 눈앞이 캄캄했다”며 “그래도 기왕 시작한 김에 꼭 해보고 싶어 대학원 영어코스와 영어학원을 매일 다니면서 공부를 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한 학기 동안은 매일 아침 7시부터 밤 9시까지 강의, 영어코스, 영어학원을 뺑뺑 돌았다. 어떤 날은 밤을 새워 영어번역하느라 세수도 못하고 출근하기도 했다. 그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99년부터 1년 6개월동안 S생명보험 설계사로 일했고 지난해 초까지 음식가게를 운영하기도 했다. “북한에서 식품쪽을 전공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식품쪽의 논문을 쓰게 됐다”는 이씨는 “남북한 음식문화의 차이를 학문적으로 밝히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제는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며 “기왕 시작한 김에 박사학위까지 따고 유수 학술지들에 그 동안 조사하고 연구 내용을 논문도 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석영기자 sychoi@sed.co.kr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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