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40대들의 세상이야기

며칠 전 오랜만에 대학 동기생 모임이 있었다. 나이가 이제 40대 중반을 넘어서다 보니 책임감과 균형감을 가지고 집이나 직장보다는 사회 돌아가는 얘기를 주로 나눴다. 가장 열띤 화제는 역시 얼마 전 전국을 휩쓸었던 로또복권 얘기였다. 지난 5년 동안 특히 사행산업이 급성장했지만 로또복권 만큼 많은 국민을 빠지게 한 것은 없었다. 관련기관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와 명분을 대가며 애써서 홍보하고 있지만, 이번 일은 `혹시나 일확천금의 기회를 맞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한탕주의에 정부가 앞장섰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공영방송까지 나서서 마치 홍보라도 해 주듯 톱 뉴스로 다루면서 결과적으로 분위기를 띄운 것은 성실히 땀 흘려 일하는 많은 사람들을 허탈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일부 제도를 보완했다지만, 최근 저금리로 마땅히 재미 볼 투자대상을 찾지 못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선 언제나 그런 일이 재발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정부는 유념해야 한다. 물론 투기와 투자를 명확히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정부마저 `내가 하는 것은 투자, 네가 하는 것은 투기`라는 식의 자기 중심적 잣대로 로또복권을 합리화해서는 곤란하다. 정부는 국민들을 투기꾼으로 만들지 말고 땀 흘려 열심히 일하도록 해야 한다는 게 우리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우리 국민들의 대기업 그룹에 대한 이중적 태도도 화제로 올랐다. 필자는 재벌이라는 용어를 의식적으로 잘 쓰지 않는다. 그 말은 이미 나쁜 이미지를 잔뜩 품고 있는 정치적 용어가 되어 버린 듯 해서다. 대기업 그룹들은 우리경제에 대한 큰 기여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배 아프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배고픈 것은 참을 수 있어도 배아픈 것은 못 참는 게 우리국민 아닌가. 그러다 보니 재벌정책은 웬만한 문제점이 있더라도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문제삼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그들 입장에서는 억울한 점도 있고 할 말도 많을 것이다. `그렇게 미워하면서 우리가 만드는 물건을 더 좋아하며 더욱이 왜 그토록 우리회사에 취직하고 싶어하는지` 묻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이유야 어떻든 국민들의 감정은 그렇다. 대기업 그룹의 폐해를 바로 잡는다는 데야 누가 이의를 달겠는가. 문제는 이들도 기업이며 무엇보다도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이기도록 해야 한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면서 대기업들도 떳떳하게 두둔할 수 있도록 대기업 집단 스스로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우리들은 의견을 모았다. 대북 송금 5억달러 얘기도 빼놓을 수 없는 주요 화제 거리였다. 특검제냐 정치적 해결이냐는 제쳐 두고라도 정말 가슴을 찌르는 의견이 있었다. `대통령은 국군의 통수권자요 최고 지휘관인데, 이들이 적으로 마주하고 있는 북한군의 수장에게 뒷돈을 갖다 바치면서 어떻게 군을 통솔할 수 있으며, 우리군의 존재의의는 도대체 무엇인가`. 얘기는 자연스럽게 촛불시위로까지 연결됐다. 미군 장갑차에 치어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두 명의 여중생, 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냉정히 돌이켜 보면, 몇 가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 있다는 점을 우리 모두는 인정했다. 자신들의 죽음이 반미 분위기를 점화시킨 불씨가 된 것을 두 여중생이 만일 저승에서 알았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명복을 빌어 줘서 고맙다고 했을까? 아니면 그게 아니라고 손을 내 저으며 당혹스러워 했을까? 추도식은 말 그대로 고인들을 추모하는 행사 아닌가. 그렇다면 서해교전 때 북한군의 총탄에 우리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을 때는 왜 가만있었나. 외국인들도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더라고 전하는 동기생들도 많았다. 우리들의 이야기는 그칠 줄 몰랐다. 고교평준화를 고집하면서 왜 자녀들은 과외를 시켜 일류대학에 보내려 애쓸까? 모두가 빨간 옷을 입고 정작 축구경기 장면은 보이지도 않는 거리에서 응원에 열광한 우리국민을 외국인들은 어떻게 보았을까? 원칙을 지키는 외국인 근로자는 더 일하고 싶어해도 계약기간만 되면 돌아가라고 하면서 왜 불법 체류자들은 몇 년씩 기간을 연장해 주면서 보호해 주나? 등등 정말 깊이 생각해 봐야 할 주제들이었다. 우리사회는 정말 제대로 굴러가는 것인가? 시대적 변환기를 맞아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면서 우리들은 자주 만나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누기로 했다. <임태희(한나라당 의원ㆍ제2정책조정위원장) >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