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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경제력집중 비판 지주회사제 '수술'시사

논문으로 본 권오승 공정위원장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대안을 모색하면서 아무래도 가장 먼저 눈 여겨 봐야 할 부분이 출총제 수술을 집도중인 권오승(사진) 공정거래위원장의 시각이다. 공정거래법에 있어 자타가 인정하는 국내 최고 권위자인데다 본인의 소신이 워낙 뚜렷하게 때문이다. 권 위원장은 우선 평소에도 ‘재벌’이란 단어를 거리낌 없이 사용한다. ‘대기업집단’이란 말로 대신했던 강철규 전 위원장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그는 “한국의 재벌은 ‘오너가 분명히 있다’는 점에서 일본의 재벌과 다르다”면서 “재벌그룹을 기업집단이라고 부르면 재벌의 문제 중에서 총수나 가족에 의해 지배되면서 생기는 소유 집중이나 그로 인한 선단식 경영의 문제를 간과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은 취임 전 논문과 강연 등에서 출총제에 관한 소신을 피력한 것에서도 묻어난다. 그는 먼저 ‘재벌에 의한 경제력 집중’에 대해 분명한 문제의식을 나타냈다. 권 위원장은 교수시절 발표한 ‘시장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법제개혁방향’이란 논문에서 “우리나라에서 시장경제가 제대로 기능 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재벌에 의한 경제력집중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소수의 재벌이 다양한 산업 분야를 지배해 수많은 기업이 자유롭게 경쟁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권 위원장은 출총제와 같은 출자규제는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이 목적이기 때문에 이를 상법이나 세법 등 관련법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논문에서 “재벌의 경쟁제한 행위는 공정거래법으로 막으면서 순환출자의 폐해는 관련법에 결합 재무제표 도입, 회계공시제도 선진화, 사외이사 및 감사제도 도입의 확대, 소수주주권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 보완하는 것이 낫다”고 강조했다. 독점 규제법은 개별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경쟁제한행위만 규제하고, 그 밖의 사항은 특별법을 만들든지 상법 등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재벌의 경제력 집중 억제는 공정위가 아닌 별도의 기관에 맡겨 시행하도록 주장하기도 했다. 원칙적이고 진보적인 그의 생각은 지주회사 부분에서도 드러난다. 권 위원장은 ‘한국 독점규제법의 개선’이라는 논문에서 “지주회사가 경제력 집중의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지주회사 규제는 일본법을 모델로 한 것으로, 일본과 달리 사업 지배력의 과도한 집중을 초래하는 지주회사의 설립과 전환을 금지하는 가이드라인이 없으므로 그런 우리가 없는 지주회사만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당장 지주회사 요건을 완화하겠다는 공정위의 기존 방침과 배치되기도 한다. 자율을 강조하면서도 “시장경제 질서를 수호해야 한다”는 원칙에 추호의 물러섬도 없기 때문에 재계는 이 같은 권 위원장의 재벌관(觀)에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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