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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우왕좌왕] 부동화 지속땐 경기회복 걸림돌
입력2001-03-28 00:00:00
수정
2001.03.28 00:00:00
물가상승·부동산투기 유발등 부작용 우려이달들어 시중 자금이 안정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부동화 되고 있는 것은 갈수록 금리가 떨어지고 있는데다 경제 불안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동화된 자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소비에 사용될 경우 경기를 회복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올들어 가뜩이나 불안해진 물가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자금이 너무 늘어나면 인플레이션은 물론 부동산값 상승 등을 유발해 서민층의 경제난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이 오래 지속될 경우 기업들의 불안 심리도 커져 경기 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저금리와 경제 불안이 원인
국민은행이 27일 1년짜리 정기예금 고시금리를 5.5%까지 낮추는 등 시중은행들은 올들어 대여섯번에 걸쳐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고객들에게 실제로 주는 전결금리의 경우 많은 은행들이 6.0% 수준이며, 대부분 6%대 초반을 넘지 않는다. 최근에는 신용금고마저 정기예금 금리를 6~7%대로 낮췄다.
올해 물가인상률이 4~5%에 이를 전망인데다 이자소득세 16.5%를 감안하면, 정기예금 금리 6.0%로는 사실상 금융소득은 거의 없는 셈이다. 시중 자금이 단기 부동화 되면서 갈 곳을 찾아 숨고르기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2월만 해도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았던 은행 신탁 상품이 3조원이나 늘어나며 정기예금의 대체상품으로 부각됐으나, 이달들어 3,741억원밖에 늘지 않아 인기가 크게 꺾였다.
국고채 금리가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수익률이 그만큼 떨어졌기 때문이다. 일부 은행은 신노후연금신탁 등 금리가 높은 인기 상품에 대해 아예 가입을 받지 않고 있다.
현대건설에 대한 출자전환 등 아직도 기업구조조정이 진행중이고, 세계 및 국내 경제상황이 불안하다는 점도 시중자금의 부동화를 촉진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이달들어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고, 국고채와 회사채 금리도 변동폭이 커지며 요동을 치고 있다. 건설업체들이 무너지면서 부동산 경기도 불확실하다.
경기 침체에 따라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축소하는 등 자금 수요가 줄고 있어 대출을 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따라 개인 뿐 아니라 금융기관의 잉여자금도 다른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단기 금융상품으로만 맴돌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 이달들어 한국통신과 SK텔레콤 등 통신 사업자들이 IMT-2000 사업권에 대한 출연금으로 각각 7,500억원씩 정부에 내는 등 특수요인들도 단기자금화의 요인으로 가세했다.
◇경기회복 걸림돌 우려
이달들어 단기자금이 크게 늘어나면서 경제에 대한 불안 심리도 더욱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자금이 지나치게 늘어날 경우 경기 회복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 중 하나는 시중자금이 단기화되면서 기업들에 대한 금융기관의 자금공급도 단기화될 수 있다는 점.
단기 예금이 늘어나면 금융기관의 자금운용도 단기화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현금 흐름이 좋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유동성이 나빠질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과거 해태나 진로 등이 자금난에 빠진 것은 기업어음(CP) 등 단기 대출을 60% 넘게 운용하던 종금사 등이 급하게 어음을 돌렸기 때문"이라며 "단기 대출이 지나치게 늘어날 경우 재무 안정성이 취약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단기자금은 소비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유발시키거나 부동산 투기 수요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단기자금화 상반기까지는 갈 듯
올 상반기까지는 시중자금의 부동화현상이 지속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자금이 장기투자에 쓰이려면 경기가 회복되면서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늘어나야 하는데 아직은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불안하다 보니 채권, 주식 등 유가증권 투자도 만만치 않다. 또 금융기관 고객들이 6%의 저금리 예금에 익숙해지려면 아직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경제에 대한 불안심리가 가라앉고 경기회복 조짐이 뚜렷해질 때 자금의 부동화 현상은 차츰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상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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