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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증권·ICT 합종연횡 채비

"23년 만의 기회"… 유통업계도 "판매망 활용 땐 시너지 크다" 눈독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이 가시화되면서 관련 업계의 관심이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1992년 이후 23년 만의 은행업 허가인 탓에 기존 은행과 증권 등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 기업, 통신사, 유통업체 등이 진출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타진하는 중이다.

인터넷은행 진출에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곳은 은행권과 유통업체들이다. 시중 대형은행의 경우 신성장동력 확보뿐 아니라 고객이탈 방지 차원에서라도 인터넷은행업 진출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독자적인 인터넷은행 설립은 의미가 없다고 보고 새로운 고객기반 및 빅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IT기업, 통신사 등과 합종연횡을 위해 사전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

대형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은행이 시너지를 최대화할 수 있는 업체는 SK텔레콤·KT·LGU플러스 등 3대 통신사와 네이버·다음카카오 같은 대형 포털 등 사실상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며 "이들 업체와 컨소시엄 구성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이베스트증권 등 온라인 증권사를 중심으로 증권업계에서도 인터넷은행 설립에 관심이 높다. 기존의 주식거래 고객과 온라인 영업 노하우를 기반으로 다양한 금융상품 판매 및 여수신 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인터넷증권사인 찰스슈와프가 인터넷은행을 설립해 성공한 사례도 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인터넷 전용이라고 하더라도 수십년 만에 은행업 허가가 나온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기회로 보고 있다"며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곳이라면 자본금 규모에 구애 받지 않고 진출하려고 들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체 중에서는 롯데가 가장 적극적이다. 롯데마트·세븐일레븐 등을 통해 전국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유통망을 기반으로 은행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세븐일레븐 은행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사례도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법 개정이 이뤄지면 곧바로 진출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특히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진출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롯데-부산은행 간 컨소시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이에 대해 롯데 측은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제2금융권 중에서는 자금력을 갖춘 일본계 대형 저축은행이 진출을 이미 선언한 바 있다. 지난해 8월 나카가와 다카시 SBI저축은행 회장이 한국을 방문해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BI저축은행의 모기업인 SBI는 일본에서 약 30조원의 인터넷은행 스미신SBI네트은행을 운영 중이다. OK저축은행도 새로운 시장 진출에 관심을 갖고 있다.

반면 고객기반과 플랫폼을 확보하고 있어 인터넷은행 설립의 키를 쥐고 있는 대형 IT업체들은 아직까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네이버를 운영하고 있는 NHN은 공식적으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카카오는 금융업 진출에 좀더 적극적이지만 말을 아끼고 있다. 소유분 한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회사에 경영주도권을 뺏기고 인프라만 내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지분 한도 때문에 통신사와 유통업체들의 인터넷은행 진출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다. 금융당국에서는 특정업체가 100% 소유하는 인터넷은행보다는 IT·금융사 등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조합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인터넷은행 출현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인터넷은행 설립 시 운영 주도권을 놓고 기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민간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오면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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