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도, 확장적 재정정책도 소용이 없었다. 경제주체 중 하나인 가계의 심리가 너무 싸늘하다.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3으로 1년 2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고 정부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로 급등했던 주택가격전망지수도 반락했다. 주택 가격을 띄워 경기활성화의 물꼬를 트려 했던 정부의 복안에도 물음표가 생겼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들의 물가전망은 하락해 디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고 가계부채 전망은 꾸준히 상승하는 등 리스크 요인은 점점 커지는 모습이다.
◇소비심리, 세월호 때보다도 안 좋다=26일 한국은행은 11월 CCSI가 전월보다 2포인트 하락한 103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이후 최저며 세월호 여파가 한창이던 올 5월(105)보다도 낮다. CCSI는 100을 기준으로 이를 웃돌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CCSI는 8월 기준금리가 인하되고 새 경제팀이 경기부양 드라이브를 걸면서 107로 2포인트 상승했으나 10월 추가 금리 인하에도 오히려 105를 기록하며 상승분을 반납했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국제거시금융연구실장은 "소득 등 실물지표들이 부진했고 주요기관이 내년 경제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등 부정적인 뉴스가 많이 나온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의 분위기상 CCSI가 장차 확장과 수축 경계선인 100을 밑도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그동안 소비심리 하락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봐왔지만 이제는 추세적으로 꺾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반락한 주택 가격 전망=경기활성화 대책의 마중물 격인 주택 가격에 대한 전망도 흔들리고 있다. 정부는 LTV·DTI 완화로 주택 가격을 상승시켜 소비가 늘어나는 선순환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주택가격전망CSI(1년 후 가격)는 11월 119로 전월보다 5포인트 감소했다. 주택가격전망CSI는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에 힘입어 8월 120으로 5포인트 급등했고 9월에도 4포인트 추가 상승했다. 박 실장은 "부동산 정책이 발표되고 실제 실현된 것도 있어서 10월까지 크게 상승했으나 경기부양책 등이 국회에서 가로막히면서 부동산 가격 전망에 대한 기대도 조정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실장도 "아직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완화책이 나오기 전인 7월의 113보다는 크게 높은 만큼 너무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물가전망 하락, 부채전망은 상승…커지는 리스크=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물가전망은 하락하고 있다. 비록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7%로 전월과 같았지만 세부 항목에서는 차이가 났다. 응답자 중 앞으로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를 밑돌 것이라는 비중이 28.3%로 전년 동월에 비해 약 5%포인트 늘었다. 1년 후 물가수준전망CSI도 133으로 2포인트 줄었다. 1년 4개월 전인 지난해 7월과 같다. 물가전망이 하락하면 소비가 이연되고 이는 제품 가격 인하로 이어져 다시 물가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
가계부채 증가세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6개월 후 가계부채 전망을 보여주는 가계부채전망CSI가 101로 전월보다 2포인트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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