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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한 규제·정치적 부담에 운용사 보금자리 잡기 힘드네

입주 사옥 해외펀드에 팔려 국부펀드 KIC 또 이사 준비

자사펀드 소유 건물 입주사는 '불건전 영업' 해당돼 애끓여

일부 사옥이전 포기하기도

KIC가 입주해 있는 서울 중구 스테이트타워 남산(왼쪽), KB자산운용이 입주를 포기한 유진투자증권 본사(가운데), 칸서스자산운용이 입주한 용산구 KDB생명빌딩.

자산운용사들이 엄격한 규제와 정치적 부담감에 걸핏하면 보금자리를 옮겨야 하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는 해외 투자사가 둥지를 튼 건물을 사들이면 짐을 싸야 하는 이상한(?) 불문율에 이사 준비를 하고 있고 자사 펀드가 소유한 건물에 입주한 자산운용사들은 뒤늦게 불건전 영업행위라는 사실을 알고 애만 끓이며 당국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다. 결국 한 자산운용사는 사옥 이전을 포기하기도 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 중구 회현동에 위치한 '스테이트타워 남산' 빌딩에 입주한 KIC는 임차 계약이 오는 2017년까지로 기간이 많이 남아 있지만 벌써 이사 계획을 세우며 새 둥지를 수소문하고 있다. 900억달러 가까운 자산을 운용하는 KIC지만 제집이 없어 건물에 세를 들어 살고 있는데 2005년 설립 후 7년여 동안 임차해 사용한 서울파이낸스센터(SFC)에서의 악몽이 떠올라서다.

서울파이낸스센터는 2000년에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이 주인이 됐는데 KIC가 경쟁 상대에 매년 13억원가량의 임대료를 낸 것이 화근이 됐다. 국회는 KIC 국정감사마다 이를 문제 삼기 일쑤였고 결국 2012년 지금의 자리로 옮겨왔다. 문제는 지난해 8월 '스테이트타워 남산'이 아부다비투자청(AIDA)에 팔리면서 과거의 애먼 비판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다시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부상하자 KIC는 다시 짐을 쌀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옥 잔혹사'는 자산운용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칸서스자산운용이 서울 용산에 있는 칸서스 측 펀드 소유의 KDB생명타워에 입주한 사실을 문제 삼아 검사에 들어갔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운용사가 자사 펀드와 고유재산을 거래하는 행위는 불건전 영업행위로 금지돼 있다. 자사 펀드 소유의 건물에 입주하면 임대료를 자사 펀드에 내게 되는 데 이 돈이 '고유재산'에 해당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논리다.



비슷한 질곡에 미래에셋자산운용도 빠져 있다. 미래에셋운용은 자사 펀드인 '맵스리얼티1'이 소유한 서울 센터원 빌딩에 입주해 있는데 이는 자본시장법 위배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KB자산운용은 여의도 유진투자증권 빌딩의 사실상 주인이지만 이전 계획을 세웠다 최근 백지화하기도 했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법을 적용 받는 리츠는 펀드 소유 건물에 입주가 가능한데 별 다를 것이 없는 운용사만 제약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역시 운용사가 자사 펀드 소유의 건물에 입주하는 것은 법에 위반되지만 제재 근거는 모호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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