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사가 완료됐습니다. 밥을 잘 저어주세요. 쿠쿠~'
우리 가정에서 가장 자주 듣는 소리 중 하나는 쿠쿠홈시스 밥솥의 멘트다. '쿠쿠하세요'라는 징글(CF용 짧은 멜로디)은 일반인도 흥얼거리며 따라 할 정도로 소위 대박을 쳤다.
24일 서울 논현동 쿠쿠홈시스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구본학(43ㆍ사진) 대표는 "아이디어 회의를 하다 주부들이 깜빡 잊지 않도록 넣기로 했는데 이제는 음성 기능이 되는 제품만 찾을 정도"라며 "한국어, 영어, 중국어에 남성과 여성 목소리를 모두 탑재했다"고 소개했다.
쿠쿠는 현재 밥솥시장 점유율 70%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10년에는 국내 밥솥 판매 2,000만대를 돌파했다. 비결에 대해 구 대표는 "밥솥은 보기는 쉽지만 만들기 어려운 까다로운 제품"이라며 "품질검사만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품질혁신팀을 최고경영자(CEO) 직속 관할 부서로 두고 관리를 할 정도로 모든 기술 연구를 '최고의 밥맛'을 찾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쿠쿠 밥솥을 보면 분리형 커버, 소프트 스팀 캡, 이중모션 패킹, 올 스테인리스 커버 등 신기술이 적용돼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밥맛을 더욱 좋게, 밥솥을 편리하게 다루기 위한 노력이다. 그는 "세세한 부분까지도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힘쓴다"면서 "처음에는 엔지니어들이 당연한 일을 문제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반문이 많았지만 지속적으로 발상의 전환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구 대표가 강조하는 점은 소통. 고객과의 소통, 직원과의 소통, 시장과의 소통을 통해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믿는다. 그래서 소비자들의 의견과 불만을 들을 수 있는 다양한 채널 마련에 적극적이다. 이 결과 3인용 IH압력밥솥, 소프트 스팀 캡, 남성 음성 기능 등의 의견이 제품 개발로 이어졌다.
쿠쿠는 이제 밥솥뿐 아니라 정수기, 비데 등 건강생활가전기업으로 도약 중이다. 지난 2010년 정수기 시장에 진출해 1년 만에 10만대 이상 판매해 연착륙에 성공했고, 올들어 비데 시장으로 진출했다.
레드오션에 뛰어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구 대표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으로 20년간 밥솥을 납품하다 수주가 줄었을 때(1998년) 쿠쿠 자체 브랜드로 밥솥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을 빗대어 말을 이었다. 그는 "처음에 밥솥 브랜드가 잘 될 거라 생각 안 했지만 우리의 강점을 잘 활용하고 조합한 것이 통했다"면서 "생활가전과 주방가전 분야에서 확보한 수많은 기술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확대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양적 팽창만 추구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에서 기존에 느낄 수 없던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측면"이라며 "생활가전 분야에서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는 중견기업이라는 책임감도 크다"고 강조했다.
실제 구 대표는 최근 중견기업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돼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쿠쿠가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장기적인 계획으로 기술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투자에 힘쓴 덕분"이라고 역설했다. 이 회사는 매출액의 7% 수준을 연구개발(R&D)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정수기와 비데 등의 렌탈 사업을 펼치기 위해서는 서비스ㆍ유통망 확충이 필수다. 구 대표는 갑자기 기자의 집을 묻더니 그 지역에 있는 서비스센터는 큰 길에 있고 건물 뒤편에 주차장이 있다며 속속들이 꿰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각 도시별로 대로 근방에 100여개의 서비스 점포를 확보한 업체는 삼성과 LG를 제외하고 우리 밖에 없을 것"이라며 "최근 2~3년간 인프라 구축을 위한 뼈대를 갖췄고 올해 중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또 "새롭게 시작하는 게 아니라 역기 무게를 올리는 것과 같이 기존 서비스에서 한 단계 도약하는 차원이어서 큰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쿠쿠는 지난해 매출 4,100억원으로 지난 2008년 3,000억원 돌파 후 3년 만에 4,000억원 고지를 넘어섰다. 해외시장에서도 아직 규모는 작지만 30여개 국가에서 독자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베트남 시장에서는 일본 제품보다 명품으로 자리잡으며 프리미엄 시장에서 40%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인들이 한국에 관광 왔을 때 가장 많이 사가는 품목 중 하나가 쿠쿠 밥솥이다.
구 대표는 "러시아 전자제품 유통 매장에 가면 삼성, LG와 같은 대기업 외에는 유일하게 쿠쿠가 자리하고 있다"며 "쌀이 주식이 아닌 시장에서는 밥솥 이외에 압력조리기 제품으로 공략하고 있다"고 글로벌 전략을 설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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