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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전환대출 거센 후폭풍] 너도 나도 "낮춰달라"… 금리 눈높이 낮아져 대출시장 교란 우려

이틀 만에 9조 넘게 소진<br>추가 구제 기대감 커지며 변동금리 역선택 가능성<br>대출금리 인하 요구도 거세… 은행은 수익성 악화 울상<br>고정금리 대출자 형평성 논란 2금융권·서민 불만도 고조


안심전환대출 출시 이틀째인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여의도영업부에서 한 고객이 안심전환대출 신청 안내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2%대의 저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안심전환대출'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가계부채의 구조변화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기존 고정금리 대출자들과의 형평성과 기존 주택담보대출 시장 교란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안심전환대출이 출시 첫날인 24일 총 4만1,247건의 승인이 이뤄졌고 4조9,139억원이 소진됐다. 한 달 배정액 5조원이 하루 만에 동난 셈이다. 이틀째인 25일에도 오후2시현재 1만8,378건, 1조9,843억원의 대출이 이뤄졌다. 이 같은 추세라면 다음달 초에는 총한도 20조원이 모두 소진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한도 추가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한도 소진 이후 정책효과 등을 모니터링한 후 2차분 공급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심전환대출이 대출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예상보다 큰 것으로 나타나면서 금융당국도 한도 확대 카드를 꺼내는 데 신중한 입장이다.

무엇보다 일반 주택담보대출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자에 대한 일시적 구제책인 안심전환대출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 신규 대출자들이 고정금리 대신 변동금리를 '역선택'하는 상황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신규 담보대출을 고정금리로 받을 경우 금리가 3% 중반으로 안심전환대출 금리인 2% 중반보다 약 1%포인트가량 높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안심전환대출 규모를 무한정 늘리면 신규 대출자들도 언젠가는 제2의 안심전환대출이 나올 것이란 기대에 고정금리 대신 변동금리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그동안 정부 정책에 맞춰 3~4%대의 고정금리를 선택했던 대출자들이 변동금리·일시상환을 선택했던 대출자보다 불이익을 보게 되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1년부터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구조적 취약성을 개선하기 위해 고정금리·비거치식분할상환대출 비중을 확대하도록 창구지도를 통해 유도해왔다. 실제 시중은행 여신담당자들은 안심전환대출 출시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부 고객들의 항의를 달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불과 1년 전께 고정금리 대출을 받은 대출자들은 고정금리가 자신들의 선택이었을지라도 권유했던 은행이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2%대의 저금리 대출로 소비자들의 금리 눈높이가 낮아지면서 가뜩이나 수익성 저하로 고전하는 은행권도 울상이다. 대출자들이 대출금리 인하에 대한 요구도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값 아파트'가 출시된 후 민영 아파트의 분양가에 대한 원성이 커진 것과 비슷하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안심전환대출 출시로 각 지점에서는 차환대출 수요가 뚝 끊긴 상태"라며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안심대출로 빠져나가는 고객들을 붙잡기 위해서라도 대출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정책 수혜자가 오히려 원리금 상환을 할 수 있는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계층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상호금융권의 한 여신담당자는 "제2금융권은 은행보다 신용등급이나 경제 수준이 낮은 서민들이 이용하는데 월 상환금 부담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은행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며 "중산층 이상은 이미 이런 제도 없이도 금리를 낮게 받고 있는데 결국 매월 돈을 상환할 수 있는 사람들만 혜택 받고 진짜 서민들은 혜택 받지 못하는 꼴이 돼버렸다"고 꼬집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2금융권으로 확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재원 등 현실적 조건을 고려하면 한계는 뚜렷할 것으로 보인다. 안심전환대출로 바꾸기 위해서는 2금융권에서 기존 대출을 유동화할 수 있도록 제공해야 하는데 수익기반이 은행권보다 약한 2금융권에서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또 현재 시중은행들은 LTV가 60%던 시절에 빌려줬던 대출을 LTV 70%로 상향된 현재 시점에서 안심전환대출로 전환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집값이 떨어졌어도 대부분 수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2금융권은 60~85%였던 LTV가 70%로 오히려 강화됐기 때문에 전환 자체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새마을금고의 한 관계자는 "2.6%짜리 안심전환대출을 2금융권이 수용할 경우 조달금리 등을 고려하면 역마진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도입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부작용 때문에 금융당국도 안심전환대출의 정책 세일즈에 성공은 했지만 추가 한도 확대는 신중하게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25일 "아직까지는 추가 한도 확대를 논의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우선 이번에 20조원이 소진되면 정책효과를 검증한 후 추가 공급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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