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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포커스] 세계 석유지배 둘러싼 이해
입력2002-12-03 00:00:00
수정
2002.12.03 00:00:00
1920년 이탈리아 북부 도시 산 레모에선 영국과 프랑스 외교관이 만나, 몰락한 오스만 투르크의 메소포타미아 땅을 어떻게 나눠먹을지를 논의했다. 당시 영국과 프랑스는 제국주의 정책을 취해 해외 영토 확장에 나섰지만, 미국은 전통적인 고립주의를 채택, 투르크 제국의 영토분할에 관심이 없었다.그때 미국 스탠더드 오일 오브 뉴저지(엑슨-모빌의 원조)의 A. C. 베드포드 회장이 메소포타미아의 유전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그는 영ㆍ불 협상 결과를 전해 듣고 국무부를 찾아가 "앞으로 석유를 장악한 나라가 세계를 차지할 것"이라며 메소포타미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 국무부는 그의 주장이 받아들여 중동 문제를 '경제적으로 중요한 사안'으로 취급, 적극 개입했다.
베드포드가 주목한 그 일대는 지금의 이라크와 쿠웨이트 땅으로, 세계 석유분쟁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그는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서 메소포타미아의 '전투적 부족'을 상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바 있다. 오늘날의 이라크 사태를 80년 전에 예측한 것이다.
석유를 둘러싼 전쟁은 20세기에 이어 21세기에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 90~91년의 걸프전은 서방세계가 쿠웨이트 석유를 보호하기 위해 침략자 이라크를 축출한 전쟁이었다.
지금 미국이 경고하고 있는 이라크 공격의 목적은 세계 2위 매장량을 보유한 이라크 석유 확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진단이다. 러시아가 소국 체첸의 독립을 허용치 않는 것은 송유관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중국이 신쟝성 분리주의자를 탄압하는 것도 그 지역에서 석유가 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국제석유시장은 70년대까지 엑슨ㆍ모빌ㆍ셸ㆍBPㆍ걸프ㆍ텍사코ㆍ소칼 등 7대 메이저에 의해 장악됐지만, 그후 중동 국가들이 유전을 국유화하면서 석유수출국기구(OPEC)라는 국제카르텔을 구성, 공급자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라크는 걸프전 이전에 하루에 500만 배럴을 생산, 사우디 아라비아 다음의 산유국이었으나, 패전 이후 150만 배럴로 생산이 제한되고 있다. 미국의 공격 또는 압력에 의해 후세인이 축출되고, 이라크 유전이 풀리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20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산유국들은 몇 달후에 있을 공급과잉에 따른 유가 하락에 대비, 쿼터량을 확보하기 위해 벌써부터 하루에 100만 배럴 이상 증산하고 있다. 국제 석유시장에선 이미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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